마음의 결 | EP.12 나의 목소리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요.
지금 내 목소리는 누구의 얼굴을 하고 있을까.
얼마전,
어떤 배우의 인터뷰를 우연히 봤어요.
예전엔 하이톤에 또렷했던 목소리가
지금은 낮고 부드러워져 있었어요.
낯선데 이상하게 편안하더라고요.
그걸 듣는데,
문득 내 목소리가 떠올랐어요.
'나는 지금 어떤 목소리로 말하고 있을까.'
예전에는요,
"목소리가 참 좋으시네요."
그 말이 마치 자동응답기처럼 따라다녔어요.
전화만 하면 듣던 말.
친구도, 처음 만난 사람도,
심지어 고객센터 직원도.
그 말이 싫지 않았어요.
오히려 그 말 덕분에
나를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곤 했으니까요.
ㅡ
그런데 언제부터일까요.
그 말이 사라졌어요.
사람들이 더 이상
내 목소리에 반응하지 않더라고요.
나이 탓인가 싶었죠.
출산, 육아, 반복되는 일상.
엄마로, 아내로, 딸로
늘 누군가를 챙기느라
정작 '나'는 뒷전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당연히
'목소리도 바뀌는 거겠지.'그렇게 넘겼어요.
하지만 가만히 들어보니,
지금의 내 목소리는
부드럽다기보다는 단단하고,
차분하다기보다는 조금 날이 서 있었어요.
어쩌면 그 안에
버텨야만 했던 시간들과
쉽게 무너지지 않기 위해 갈고닦은 투쟁심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건 아닐까 싶었죠.
ㅡ
제 꿈인
‘우아한 할머니’의 모습을 떠올릴 때면
이상하게 먼저 떠오르는 건,
그분의 목소리예요.
그래서 요즘은
일부러 천천히 말해 보려고 노력해요.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상상하며,
좀 더 낮게,
좀 더 부드럽게,
말투라는 건,
그저 말하는 습관이 아니라
그 사람의 감정과 삶의 결이 담긴
또 하나의 얼굴이니까요.
ㅡ
여러분은
자신의 목소리를 기억하시나요?
그 목소리가
언제 가장 예뻤는지,
혹은 가장 부드러웠는지,
그렇다면 지금은 얼마나 달라졌는지.
혹시 너무 바쁘게 살아오느라
잊고 있었던 건 아닌지요.
그렇다면
내 진짜 목소리부터 한번 찾아보세요.
애쓰지 않아도 되는 말투,
힘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그 목소리.
내가 원하는 나의 진짜 모습.
그게 어쩌면
가장 나다운 얼굴일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