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무너진 마음을 품어주는 말들 | EP.02
왜일까.
누군가 힘들어 보이면
나는 꼭 먼저 움직였다.
말도 없이,
이유도 없이.
마음이 그렇게 움직였다.
그리고 애썼다.
조금이라도 그 사람이 편해졌으면-
하는 마음 하나로.
그게 배려라고 믿었다.
고맙단 말까진 바라지 않았다.
그저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했다.
하지만 돌아온 건 익숙한 침묵이었다.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거나,
오히려 부담스럽다는 말을 들을 때도 있었다.
나는 진심이었는데,
왜 이렇게 외롭고,
서늘한 기분만 남는 걸까.
혹시 나는
묻지 않았던 건 아닐까.
그게 정말 필요한 일이었는지,
정말 괜찮았는지.
단 한 번도
그 마음을 확인해본 적 없다는 걸,
뒤늦게야 알았다.
나는 내가 옳다고 믿었고,
내가 편한 방식으로 다가갔을 뿐이었다.
그게 배려인 줄 알았다.
ㅡ
하지만 이제는 안다.
진짜 배려는
“이게 너한테 편할까?”
그 짧은 물음 하나에서
시작된다는 걸.
생각해보면,
나는 몰라줘서 서운했던 게 아니었다.
내가 기대한 반응이 돌아오지 않아
혼란스러웠던 거다.
그리고 그 기대를 만든 건,
상대가 아니라
나였다.
그래도 괜찮다.
그때의 나는,
그 마음에 거짓이 없었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고,
누군가의 기쁨이
내 기쁨이던 시절이었다.
그러니 괜찮아.
네가 그 마음을 다한 순간,
그건 이미
충분히 아름다웠던 일이었다.
배려는 왜 때로 외로움이 될까?
심리학이 말하는 ‘묻고 기다리는 용기’
우리는 종종 배려라고 믿으며
누군가를 위해 먼저 움직이곤 한다.
부탁하지 않아도 도왔고,
내가 먼저 알아차리고 나서는 게
다정함이라 여겼다.
그게 사랑이고 진심이라고 믿었다.
고맙다는 말을 기대한 건 아니었다.
그저, 내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했다.
하지만 돌아온 건 침묵이었다.
당연하게 여기거나,
때로는 오히려 부담스럽다는 말도 들었다.
서운했다.
내 마음이 가볍게 지나간 것처럼 느껴져
조금은 서글펐다.
왜 몰라주는 걸까,
왜 외면받은 것처럼 느껴지는 걸까.
혼자 조용히 마음이 흐트러졌다.
그제야 조심스레 되묻게 된다.
나는 과연,
그 마음이 정말 필요한지 물어본 적이 있었을까.
정말 괜찮았는지,
내가 건넨 방식이 상대에게도 따뜻했는지
한 번이라도 확인했었을까.
나는 내 방식이 옳다고 믿었다.
그래서 묻지 않았다.
그게 배려인 줄 알았다.
심리학자 칼 로저스는 말한다.
공감은 ‘알아주려는 마음’이 아니라,
‘지금 너는 어떤지’
조심스럽게 묻는 데서 시작된다고.
그렇게 묻고, 기다리는 태도에서
비로소 진짜 연결이 시작된다고.
나는 내 안의 기준으로 마음을 내어주었고,
상대도 그만큼의 온도로 반응해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그 기대는 말 없이 만들어진 것이었고,
상대는 그 약속을 한 적이 없었다.
나는 애써 마음을 건넸지만,
그건 어쩌면 나를 위한 방식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괜찮다.
그때의 나는 진심이었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고,
누군가의 기쁨이 곧 나의 기쁨이었다.
그러니 괜찮다.
그 마음을 다한 순간,
결과와 상관없이
그건 이미 충분히 아름다웠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