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겸손, 그게 진짜 겸손이었을까

1부 무너진 마음을 품어주는 말들 | EP.04

by 마리엘 로즈


그런 사람이 멋있어 보였다

자기 자랑하지 않고,
한 발 물러서서 남을 세워주는 사람.
말을 아끼는 사람이 참 멋져 보였다.

그게 어른스러운 거라고,
그게 겸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도
늘 조용히,
늘 작게.
그렇게 살아보려 애썼다.

 
그런데 살다 보니
마음 한구석이 이상해졌다.


나는 분명 겸손하고 싶었을 뿐인데,
왜 자꾸만 내가 작아지는 기분이 들까.

배려하고 싶었을 뿐인데,
왜 내 자리는 자꾸만
뒤로, 더 뒤로 밀려나는 걸까.



누군가는 칭찬 앞에서
“아니에요, 별거 아니에요” 하며
자기 공을 습관처럼 지워버린다.

또 누군가는 작은 실수 하나에
자기 전체를 덜컥 접어버린다.

나는 그 사이 어딘가에서
조용히 흔들렸다.

나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나를 부정하지 않는 태도.
그건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진짜 겸손은
‘자신을 낮추는 일’이 아니라
‘자신을 잘 아는 것’에서 시작되는 건 아닐까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흔들림 끝에
나는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겸손이란,
결국 ‘나를 아는 일’이라는 걸.

잘난 척도,
과한 부정도 아닌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담담히 바라보는 마음.


부족한 점은 솔직히 인정하고
괜찮은 부분은
그냥 “그래, 나 이 정도는 잘했어”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


그렇게 나를 수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타인도
그 모습 그대로 존중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일까.


자존감은
겸손의 뿌리처럼 느껴진다.

스스로를 이해하지 못하면
겸손은 금세 자기비하로 흘러버리고,
칭찬은 어색하고
실패는 나의 전체를 무너뜨린다.
 
그 사람의 겸손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그 사람의 자존감에서 드러난다.


스스로를 믿는 사람은
굳이 자신을 낮추지 않는다.
또한 애써 드러내려 하지도 않는다.

필요할 땐 자신의 자리를 알고,
부족할 땐 배움을 받아들이고,
잘한 일 앞에서는
그저 조용히 웃을 줄 안다.


결국,
자기 자신과의 관계가
어느 정도 정돈된 사람만이
타인 앞에서도 자연스러울 수 있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진짜 겸손의 반대말은
‘자랑’이 아니라
‘낮은 자존감’일지도 모른다고.


칭찬이 불편하고
실패가 곧 무너짐이 되고,
타인의 말 한마디에
자꾸만 흔들릴 때,

그건 겸손의 문제가 아니라
‘나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던 건 아닐까.


사실
‘나를 사랑하라’는 말이
너무 거창하게 들릴 때가 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바꿔 말해본다.


나 자신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지는 건 어때?


조금 더 너그럽게
조금 더 온전히
나를 받아들이는 시간 속에서
겸손은 조용히 자란다.

지혜도 그 속에서 자란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알아갈수록
나는 점점 더
다른 사람에게도 너그러워진다.


그토록 담백한 현자들의 태도 역시
자기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신뢰에서 비롯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진짜 겸손은
자신을 깎아내리는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자신을 올바로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 마음의 중심엔
늘 ‘자존감’이 함께 있다.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겸손은 나를 깎는 일이 아니라
나를 지켜보는 태도라는 걸.






[마음 정리 노트 ]


- 진짜 겸손은, 자신을 낮추는 일인가 -


자존감과 자기수용의 차이를 마주하다


심리학자 칼 로저스는 말한다.
“진정한 변화는,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시작된다.”


겸손은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종종

자신을 낮추는 태도를 겸손이라 착각한다.


그러나 진짜 겸손은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것이 아니라,

그 모습을 그대로 수용하는 데서 비롯된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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