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결 | EP.17 성숙한 사랑이란
남자
나는 네가 죽으면 따라 죽을 거야.
도저히 혼자 살 자신이 없어.
여자
나는 네가 죽어도 안 죽을 거야.
내가 죽으면 너를 기억해 줄 사람이 없잖아.
이 두 문장만 놓고 보면,
남자는 로맨티스트 같고,
여자는 차가운 사람처럼 보인다
사랑이 식었거나,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ㅡ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남자는 끝까지 사랑했고,
여자는 냉정하게 돌아섰다”라고.
그럴 수도 있다.
그들만의 사정이 있을 테니까.
하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조금은 다르게 보인다
ㅡ
남자는 사랑이라 믿었지만,
사실은 의지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삶을
그녀라는 기준 위에 놓아버렸다
스스로 존재하지 못하고,
누군가의 세계에 기대 살아가는 사람.
그래서 그녀가 사라지면
그의 삶도 함께 무너진다
그녀가 전부였기에,
그녀의 부재는 곧
자신의 존재 이유를 잃는 일이 된다
마치,
너의 집에 얹혀 살던 내가,
어느 날 문이 닫히자
주저앉은 채 현관 앞에서 울고 있는 것처럼.
그 집은 네 것이었는데,
나는 그곳에 영원히 사는 줄로만 알았지.
하지만...
고작, 집이 사라졌을 뿐인데.
ㅡ
반면 여자는 안다
너의 세상과 나의 세상은 다르다는 걸.
너의 세상이 사라졌다고 해서
내 세상까지 함께 무너져야 할 이유는 없다는 걸.
그래서 그녀는 기억하려 한다
너를,
너와 함께했던 시간들을,
그 시간 안에서 피어났던 모든 감정을.
잊지 않기 위해 애쓰고,
버텨내기 위해 애쓴다
그것이
그녀가 사랑을 보내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지키지 못한 사람을
잊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사랑하는 것.
그건 뜨거운 애도이자, 조용한 책임이다
ㅡ
하지만 사람들은
늘 드러난 말만 듣고,
보여지는 태도만 보고
쉽게 결론을 내린다
“남자는 사랑했고,
여자는 냉정했다.”
그들은 그렇게 믿어버린다
ㅡ
그러나
진짜 성숙한 사랑이란,
너의 집과 나의 집이 각자 서 있으면서도
그 사이에 서로를 향한 다리와 문이 있는 관계다
열쇠는 각자 가지고 있고,
문을 열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사이.
내 세상에 너를 초대할 수 있고,
너의 세상에서도 내가 환영받을 수 있는 사이.
그런 사이가,
오래가는 사랑이다.
ㅡ
말을 따라가다 보면
진심은 종종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가끔은,
가장 담담한 말 속에
가장 오래된 사랑이 숨어 있다
기억하겠다는 말은,
놓지 않겠다는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다.
말 없이도,
떠난 후에도,
그렇게 누군가는
아직 사랑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