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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에서 나온 문장

로맨스. 나를 다시 쓰게 하다 | EP.01

by 마리엘 로즈


나는 오랫동안 ‘이해하는 사람’이었다.


세상을 이해하려 했고,
타인을 이해하려 했고,
감정조차 분석했다.

내가 겪는 일조차도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며 생각했다.


왜 이렇게 느껴질까.
이 감정은 어디서 비롯된 걸까.


항상 ‘이해’가 먼저였다.
 
하지만 이해로는 도달할 수 없는 순간이 있었다.
지식으로는 건널 수 없는 감정의 골짜기.



그때 나는 괴테의 문장을 만났다
 

"나는 사랑을 하며 시를 쓰지 않았다.
나는 시를 쓰며 사랑했고,
그 모든 문장이 나의 심장으로부터 나왔다."
 

그 문장 앞에서 나는 멈췄다.
말문이 막히는 줄 알았다.

아니, 실은 마음이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제야 알게 됐다.


감정은 해석만 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고, 써내야 하는 것이구나.


책은 내게 지식을 주는 도구가 아니었다.
감정을 꺼내 말하게 한,
조용하고도 확실한 통로였다

나는 책을 읽으며 감격했고,
문장을 쓰며
처음으로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때 비로소 깨달았다.


슬픔도, 분노도, 사랑도
이해하려고만 하면 사라지고,
직면하고 써 내려가면
나를 확장시킨다는 것을.
 



글은 감정을 정리하는 시도가 아니었다.
그건,
억눌러왔던 감정을
처음으로 ‘살려낸’ 행위였다.
 
나는 오랫동안
"왜 이런 마음이 드는 걸까?"
끝없이 묻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 마음이 나를 어떻게 바꿨는가?"를
묻는 사람이 되었다.
 

예전엔 감정을
밀쳐내거나,
이겨내거나,
감췄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안다.


감정을 미루지 않고
곧장 마주할 때,
비로소 내가 나를
제대로 바라보게 된다는 걸.




나는 더 이상 감정을 정의하려 들지 않는다.


대신 그 감정을
조심스레 꺼내어
말하고, 듣고, 써 내려간다.
 

문장은 언제나
내 심장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문장을 읽은 누군가가
자기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그건,
나의 감정이
누군가의 세계로 가 닿은 순간일 것이다.
 

나는 그걸 믿는다.
심장에서 나온 문장은
언젠가 다시
누군가의 심장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그리고 그 감정은
댓글 하나로,
공감 하나로,

조용히
세상에 환원된다는 것을.
 

바로 내가
그렇게 살아가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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