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마음의 결

다름을 이해하기 시작한 순간

마음의 결 | EP.03 다름을 이해하는 연습

by 마리엘 로즈


'아무리 어리석어 보이는 사람이라도,
그 사람만의 생각과 논리가 있다.'

어느 날 문득,
파스칼의 『팡세』에서 이 구절을 읽고
나는 조용히 멈춰 섰다

살아오면서 내가 나눈 수많은 대화 속에서
조금씩 알게 된 것이 있었다


우리는 너무 쉽게,
타인의 말을
'옳다'거나 '틀렸다'고 판단해버린다

하지만,
그 말 너머에는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과
겪어온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는 것을,
나는 어느덧 깨닫게 되었다




나는 한동안,
대화를 심판하는 사람처럼 구는 데 익숙했다

누군가 자신의 생각을 말하면
그 말의 옳고 그름을 가르려 들었고,
조목조목 따져가며 반박하기도 했다

그때는,
내가 이긴 것만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늘 마음 한켠에
서늘한 후회가 남았다

'왜 그렇게 부드럽게 말하지 못했을까.'
'왜 먼저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을까.'

즐겁자고 나선 자리에서
후회와 자책만 남는 순간들.

그건, 참 쓸쓸한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팡세의 구절을 다시 읽게 되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누군가의 말을 채점하듯 듣고 있었구나.

사람의 말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을 담은
'표현'일 뿐인데.

'나와는 다를 수도 있겠다.'

이 단순한 깨달음이
내 대화의 태도를 천천히 바꾸기 시작했다




나는 스스로에게
작은 원칙을 세워주기로 했다

첫째, 끝까지 듣기.
말보다, 그 안에 담긴 마음을 먼저 듣자.

둘째, 쉽게 판단하지 않기.
설령 내 생각과 달라도,
"충분히 그럴 수 있지."
"그럴 듯하네요."
그 한마디로 다름을 존중해주자.

셋째, 반박하고 싶을 때는 잠시 멈추기.
꼭 말을 해야 한다면,
"저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라고, 조심스럽게 내 생각을 건네자.


대화의 작은 습관들을 바꿔나가자
놀랍게도,
마음이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모든 말에
옳고 그름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아도 되었고,

상대의 세계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조금씩 자라났다

무엇보다,
대화가 끝난 뒤에
남던 후회가
조금씩 사라졌다


대화란,
누가 맞고 틀렸는지를 따지는 일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세계를
조심스레 나누고,
가만히 연결해보려는 시도였다

나는 그 사실을
조금 늦게 배웠지만,

그래도,
배울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누군가를 재단하는 사람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려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 작은 다짐 하나가,
내 마음을
조금 더 따뜻하게
바꿔놓았다.

...


나는 이제,
누군가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그 작은 다짐 하나가,
나를 조금 더 따뜻한 사람으로 바꿔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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