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언어로 짓다 2부 | EP.03
그저 햇살이 좋아서
당신 옆에 앉았을 뿐인데
자꾸만,
연인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말없이 과자를 건네주고
말없이 웃고
말없이 나란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세상이
잠깐 멈춘 것 같았거든요
당신이
내가 벗어둔 모자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려줄 땐,
심장이
잠깐 멈췄어요
“바람 분다.”
하며 내 어깨를 슬쩍 감쌌을 땐
그 바람이
괜히 고맙기까지 했고요
햇살이 눈부셔
눈을 감았을 때
당신 손이
내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넘겼잖아요
그 순간엔
아무 말도 못 했어요
숨조차, 쉬어지지 않았어요
그날 공원엔
꽃도 피지 않았고
노래도 흐르지 않았지만
그냥,
당신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조금, 행복했어요
혹시
나만 그런 건 아니었으면,
하고 생각했어요
그날의 우리는
연인이 아니었지만
햇살도,
바람도,
당신도-
모두가
연인처럼 느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