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언어로 짓다 2부 | EP.04
그날,
그가 아주 조용히
내 이름을 불렀어요
작은 목소리였지만
내 가슴엔
또렷하게, 깊게
울렸죠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고-
그 순간,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 있었어요
숨이 멎을 것 같았어요
심장 소리도,
숨소리도
다 들킬 만큼 가까운 거리였죠
얼굴이 붉어지는 걸
감추지 못한 나는
눈을 피하려 고개를 숙였고,
그는 그런 나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그가 고개를 숙이며 웃었어요
짧고 조용한 웃음이었지만,
그 순간 공기마저 멈춘 듯했죠
긴 속눈썹 너머로
내려앉은 눈빛,
움직이지 않는 입술 끝에
아주 작게 번지던 미소-
마치,
감추고 있던 마음이
그 틈으로 슬며시
새어 나오는 것 같았어요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는
그의 옆모습이
왜 그렇게 따뜻해 보였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그 순간,
아무 말도 없었지만
무언가
우리 사이에
천천히 피어나고 있었어요
닿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느껴졌어요
말 대신,
숨결이 먼저 스친다는 걸.
사랑은,
아마 그런 게 아닐까요
아직 닿지 않았지만
이미 닿아 있는 마음을
가만히 느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