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언어로 짓다 2부 | EP.05
조용했어요
공원은 고요했고,
바람도 가만히 멈춰 있는데
제 마음은 자꾸만 작게 흔들렸어요
저도 모르게 그를 바라봤어요
눈이 마주친 것도 아닌데,
나를 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숨이 얕아지고,
손끝이 서늘해질 정도로
긴장한 채로,
가만히 서 있었어요
그가 한 걸음 다가왔어요
천천히, 조심스럽게.
마치 허락을 구하듯,
말없이 가까워졌어요
심장이 작게 쿵,
더 작게,
더 빠르게 뛰기 시작했죠
그의 손이 천천히 들려와
잠깐 망설이는 듯하더니,
제 뺨에 가만히 닿았어요
숨이 멈추고,
닿은 그 손은 따뜻했어요
마음이 담긴 온도여서일까요
아주 가까이-
그의 얼굴이 다가왔어요
입술이 닿기 직전,
그의 숨결이 먼저 제 입술을 스쳤죠
아주 얇고,
조용한 그 공기의 떨림이
제 안까지 들어오는 것 같았어요
피하지도 못하고,
눈도 감지 못한 채,
그저 가만히 그를 바라봤어요
마침내-
입술이 제 입술에 닿았어요
살며시,
그러나 분명하게.
조금 떨렸고,
생각보다 훨씬 따뜻했어요
마치 그 순간,
우리 둘만의 시간이
조용히 시작된 것 같았죠
짧지 않았지만,
길지도 않았던 그 입맞춤이-
떨어지는 순간에도
제 마음은 멈춰 있던 것처럼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어요
고개를 들지 못했어요
부끄럽고, 숨기고 싶어서.
하지만 느껴졌어요
그가 저를 바라보는 시선.
그 눈빛은,
조금 웃고 있었고,
조금 안심한 듯했어요
무척 다정하고 따뜻했죠
그 눈빛에,
저도 모르게 작게 웃음이 났어요
말은 없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우리 마음이 같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부드러운 바람이 스쳤고,
우리는 아주 조금 더 가까워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