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먼저 닿은 거리

사랑을 언어로 짓다 2부 | EP.07

by 마리엘 로즈



가로등이
조금씩 흔들렸어요
바람 때문인지,
우리 때문인지,
그림자가 겹쳤다가
흐릿하게 풀어지기를 반복했죠

 

손을 잡고 걷는 일이
이토록 조용할 수도 있구나-
그런 생각을
괜히 혼자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가
아무 말 없이
제 손목을 휙-


조금 세게 끌어당겼어요

 

숨이 잠깐
멎는 것 같았어요

시야가
골목 벽과
그의 어깨 사이로 좁아졌고,

등 뒤로
차가운 벽이 느껴졌어요

 

그의 얼굴이
생각보다 가까웠어요

숨결이 닿을 듯,
아니,
이미 닿고 있었던 걸지도 몰라요

 

놀란 눈을 크게 떴는데,
그의 눈동자가
살짝 떨리고 있었어요

 

그 떨림-
조금은 망설이고,
조금은 불안한.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그걸 알아차리는 순간,
가슴 한쪽이
스르륵 풀어졌어요

 

웃을 뻔했지만
참았어요

대신,
입술이 먼저 움직였어요

 

톡.
아주 작게,
조심스레.

 

버드키스.

 

정말
잠깐 스친 것뿐이었는데,

그의 어깨가
딱 한 박자 늦게
파르르 떨렸어요

 

숨소리가 달라졌어요

천천히,
그리고 깊게.

 

그의 손끝이
허리선 어딘가에서
조금 더 가까워졌어요

망설이다가,
확실하게.

그러나
여전히 조심스럽게.

 

입술을 뗀 뒤
나는 그를 바라봤고,


그는 아직 눈을 감은 채
잠깐 머물다
서서히 눈을 떴죠

 

그의 시선이
허공 어딘가를 스치다
천천히 제게로 돌아왔어요

 

턱 끝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고,

눈동자 안엔
바짝 조인 숨결 같은 게
살짝 맺혀 있었어요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순간-

그 손가락 마디가
제 허리 위에서
아주 작게,
굳는 게 느껴졌어요

 

몸은 멈춘 듯 보였지만,
등줄기로
뜨거운 기척이
숨처럼
흘러나오고 있었어요

 

목덜미 근처에 닿는 숨결이

처음보다
훨씬 더 가까웠고
더 뜨거웠어요

 

눈빛은
아직 차분했지만,

그 안에서
무언가 꾹꾹 눌러 참고 있다는 걸
분명 느낄 수 있었어요

 

그게,
이상하게
더 설렜어요

 

참아내는 사람의 체온이란,
그 순간엔
입맞춤보다도
더 뜨겁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어요

 

그리고 그 온기는
피부보다
훨씬 더 깊은 곳까지
스며들었죠

 

그건,
입술이 할 수 없는
대화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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