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언어로 짓다 2부 | EP.08
툭.
입술이 닿았다.
순간,
그녀가 먼저 물러났다.
정말,
그게 다였는데도-
심장이, 아니 어깨부터 먼저 흔들렸다.
입 안이 텅 빈 것처럼 말라붙고
혀끝은 미세하게 들떠
입천장에 닿은 채
멈춰 있었다.
입술을 다물었다.
떨리는 턱을 들키지 않기 위해,
아랫입술을 아주 천천히 눌렀다.
허리 위에 놓았던 손끝에서
감각이 빠르게 번졌다.
마치 전류처럼,
피부를 타고
심장까지 도달하는 데
1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녀의 숨결이
아직,
피부에 묻은 것처럼 남아 있었고,
그 거리는
말도 안 되게 가까웠다.
눈을 감았다.
아니,
감겨버렸다.
조금 전의 감각을
머리로 옮기기엔
몸이 먼저 기억해버려
제어가 되지 않았다.
움직이면 안 된다.
지금 고개를 숙인다면,
그건 절제도 아니고
유혹도 아니다.
단지,
반사.
이성을 빗겨간 감각의 움직임일 뿐.
머릿속이
순간,
새하얗게 떨렸다.
고개를 아주 조금 기울이면
입술이 닿을 거리였다.
하지만
닿지 않는 거리만큼, 더 간절해졌다.
지금 이 간격이
그녀의 선택인지
내 자제인지를
분간할 수 없었다.
아니, 분간하고 싶지 않았다.
참는 게 아니라,
사실은-
이미 무너지고 있었던 거다.
그래서 나는
그대로,
숨을 마시지도, 내쉬지도 못한 채-
잠시,
그녀 안에 갇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