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엘로즈의 인간관계론 제 5 장
제 4 장 진심은 감정이 아니라 태도다 (이전글)
내가 조심하고 멀리하는 인간관계의 세 축
인간관계를 정의하는 말 중,
내가 가장 멀리하고 싶은 단어가 있다.
바로
오만, 자만, 그리고 기만이다.
나는 오만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늘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나를 바라본다.
내가 쓴 글이 과장되진 않았는지,
혹시 누군가에게 아프게 닿진 않았는지,
매 문장마다 되묻고 또 되묻는다.
오히려 나는 너무 정직한 감정 때문에
스스로를 낮추는 편이다.
나의 슬픔이나 기쁨이
누군가에겐 사치로 보일까 조심스럽다.
무게를 재고 결을 본다.
나는 ‘오만해 보일까 봐’를 늘 걱정한다.
그래서 가능하면
오만과는 가장 먼 태도를 고수한다.
왜냐하면 나는
관계에서 상처가 얼마나 오래 남는지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는 자만하지 못한다.
정확히 말하면,
‘자랑’이라는 형식으로
내 감정을 포장하지 못한다.
무언가 잘해낸 일이 있어도
“그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지”라고 말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내 강점을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괜찮다.
나는 나의 강점을
글 속의 깊이와 결 속에 조용히 담아둔다.
자랑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감정의 정직함으로 드러내는 사람이다.
그게 나다.
기만은 내가 가장 경계하는 것이다.
진심을 흉내 낸 친절,
감정을 가장한 말투,
의도를 숨긴 침묵.
그런 것들 앞에서 나는 쉽게 마음을 비튼다.
말과 마음이 다를 때
그 불일치를 누구보다 빨리 알아채는 편이다.
그 순간이
관계를 결정짓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나는 기만과 멀리 있고 싶다.
진심이 어긋난 사람과는
아무리 매끄러운 대화를 나눠도
끝끝내 외롭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말보다 마음을,
표정보다 감정의 결을 먼저 믿는다.
언어보다 말하지 않은 눈빛과 숨결,
그 섬세한 틈에서 관계의 진심을 가늠한다.
그 사람 곁에서
내 마음이 안전한지,
함께 있어도 혼자 같지는 않은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리고 대답이 '예'인 사람과는
말이 없어도, 시간이 없어도
마음은 조용히 가까워진다.
진심은 말보다 먼저 닿고,
그런 사람과의 관계는
늘 고요하게 깊어진다.
오만을 두려워하는 나,
자만을 부끄러워하는 나,
기만을 혐오하는 나.
이 세 단어는
내가 나를 지켜낸 방식이자,
타인을 대하는 내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