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왜 사랑엔 ‘나의’가 붙을까?

로맨스. 나를 다시 쓰게 하다 | EP.03

by 마리엘 로즈


사랑을 하면,
말투가 달라진다.
조심스럽지만 분명하게.

그 사람을 부를 때
이름 앞에 “내”라는 단어가
아주 조용히 얹힌다.


내 사람
내 여자
내 남자
내 편


그 짧은 말 안에
우리는 마음을 붙이고 안심을 싣는다.


사실,
그 사람이 내 것이 될 수는 없다.


사랑은 언제나
한 사람의 마음 안에 머무는 감정일 뿐이고,
어떤 서약도 규정도
그 감정을 완전히 ‘소유’라 부를 수는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사랑을 하면,
소유격에 약해진다.

왜일까?




그건 아마도,
사랑이란 감정이
확신보다는 불안에서,
안정보다는 떨림에서

시작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 사람은
매 순간 나에게서 흘러갈 수도 있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손에 쥐고 있어도,
마음은 언제든 바람처럼 흘러갈 수 있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이름 앞에 “내”를 조용히 얹는다.
불안한 마음을 눌러앉히듯,
그 사람을 마음 한가운데 들이기 위해서.


“내 여자야.”
“내 사람이지.”
“너는 내 편이잖아.”


이런 말은 사실,
그 사람을 소유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그 사람의 마음 안에
나도 있다는 걸 확인받고 싶은 말이다.

그래서 여자들은
“내 사람”이라는 말에 안심하고,
남자들은
“내 남자”라는 말에
기꺼이 어깨를 내어준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결국 끊임없이 묻는 감정이다.


‘당신 안에서 나는 어떤 존재인가요?’

그 질문에
가장 간결하고,
가장 따뜻하게 대답해주는 단어.


그게 소유격이다.

그러니,
우리가 사랑을 하면
소유격에 약해지는 건,
그 사람을 지배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 사람 안에서
내 존재가 분명해지고 싶어서다.



말은 짧지만,
감정은 길다.


“내 사람”
이 짧은 말 안에는
말하지 못한 모든 사랑의 진동이,
아주 조용히, 깊게 머물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진동에 귀를 기울이며,
조금 더 확실히 사랑받고 있다고 믿게 된다.

그게 소유의 언어가 아니라,
사랑의 언어가 되는 순간이다.




















keyword
이전 03화사랑이 아니라, 심장에 대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