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결 | EP.24 관계의 모순
‘착한 이기주의자’
서로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이다.
이기주의는 본능의 언어이고,
착함은 타인을 향한 책임의 언어다.
이 상반된 두 성향이
한 사람 안에 나란히 공존할 수 있을까?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살아가며
이 모순된 유형의 사람들을 종종 마주친다.
그리고 문득 그 모습 안에서
자신의 일부를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ㅡ
착한 이기주의자는 대체로 조용하다.
화를 내지 않고, 불편을 피하며,
불쾌한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그들은 말한다.
“나는 상처 준 적 없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니?”
그리고 진심으로 그렇게 믿는다.
자신은 착한 사람이라고.
그러나 그들의 착함은,
종종 자기중심적 정의로 포장된 온화함에 가깝다.
갈등을 피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보호하고,
상대의 감정에 가라앉은 얼굴은
굳이 보려 하지 않거나,
보아도 외면해버린다.
ㅡ
그들의 문제는 시선이다.
착한 이기주의자는
타인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으려 애쓴다.
그러나 정작,
그 불편함 속에 숨겨진 진심에는
눈을 맞추지 않는다.
겉으로는 함께 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감정의 책임에서 한 발 물러선다.
그리고 ‘피해를 주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관계의 의무를 다했다고 여긴다.
하지만,
진짜 함께한다는 것은
곁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내어주는 일이다.
때로는 불편한 진심을 꺼내고,
상대의 침묵 속 흔들림을 감지해
그 조용한 파문 앞에 멈춰 설 줄 아는 것.
ㅡ
어쩌면 그들은,
너무 오랫동안
"나는 상처를 주지 않았다"는 말을
면죄부처럼 사용해온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관계를 고요히 무너뜨리는 건
대개 말보다,
말하지 않음이며,
행동보다,
머무르지 않음이다.
말하지 않아서,
표현하지 않아서,
함께 아파하지 않아서,
사람은 가장 가까운 사람 곁에서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사라져간다.
ㅡ
조심스럽게 묻고 싶다.
당신은 착한 이기주의자인가요?
상대가 떠나갈 때까지도,
자신이 무엇을 놓쳤는지조차 모르는 사람.
스스로 착하다고 여길수록,
누군가 곁에서 조용히
소멸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착한 척보다,
진심으로 곁에 있으려는 사람이 되고 싶은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