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이해하는 작은 기록 | EP.02
나는 원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어디를 다녀왔는지,
어떤 하루였는지,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흐릿해진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날의 감정만큼은 또렷하게 남는다.
ㅡ
특별한 사건도 없던 어느 날,
문득 떠오르는 감정이 있다.
그때의 햇빛 각도나
바람의 온도,
누군가의 표정,
내가 혼자서 내쉰 숨의 결 같은 것들.
말로 정확히 옮기기 어려운 그 모든 것들이
기억보다 오래 마음에 남아 있다.
ㅡ
나는 자주 하루를
되감기하듯 되짚는다.
‘오늘 내가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던 이유는 뭘까?’
‘왜 그 말에 울컥했을까?’
‘왜 괜히 혼자 웃었을까?’
그리고 곧 깨닫는다.
누군가가 조용히 내 말을 들어줬던 순간,
잠깐의 눈맞춤,
의미 없는 듯 건넨 한마디 위로,
아무 말 없이 곁에 앉아 있던 시간.
그런 아주 작은 장면들이
내 하루를 따뜻하게 만들었구나... 하고.
ㅡ
감정을 그냥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늘 왜 그런지
묻고,
정리하고,
붙잡는 편이다.
조금은 번거롭고
가끔은 나 자신에게 피곤할 정도로.
그런데 그 덕분에
나는 많은 걸 놓치지 않고 기억하게 됐다.
그날의 공기,
몸에 닿았던 빛,
차가웠던 말과 따뜻했던 마음
모두 감정의 껍질을 입고 기억 속에 남는다.
그건 사진보다 선명하고,
기록보다 더 오래 간다.
ㅡ
어떤 기억은
그저 '일'이 아니라
'느낌'으로 남는다.
그리고 그런 감정의 기억은
내가 다시 흔들릴 때
조용히 꺼내어
스스로를 위로하게 만든다.
기억은 사건을 잊어도,
그날의 마음은 잊지 않는다.
그 마음은
지나간 시간 속에도
여전히 따뜻하게 남아 있다.
ㅡ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금은 집요하게
내 하루의 감정을 돌아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 저장되고 있을,
이 하루의 온도를 느끼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