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다정은 잔향처럼 번져 숨결을 고르게 만든다.

나를 이해하는 작은 기록 | EP.03

by 마리엘 로즈


다정이라는 말엔 종종 무언가를

꽉 껴안는 이미지가 따라붙는다.


하지만 내가 아는 다정은,

그런 종류의 온기가 아니다.


크게 안는 대신 조용히 옆에 머문다.
먼저 말하기보다 먼저 눈을 마주치고,
쏟아내기보단 머뭇거림을 기다려주는,


내 다정은...


그 사람의 숨이 편안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다정이다.




먼저 말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다.


“괜찮아?” 대신
따뜻한 물 한 컵을 건네고,
“오늘은 그냥 쉬어”라는 말로

마음의 자리 하나를 내어준다.


그 말들은 대부분

그 자리에서 감동을 주진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잔향처럼 마음에 남는다.


그리고

그 잔향이 숨을 천천히 정리한다.


그게 내가 아는 다정이다.




다정은 끌어안는 힘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게 받쳐주는 힘에 가깝다.


그래서 거리를 안다.


반 걸음 물러서 있되,
손을 뻗으면 닿을 만큼의 거리.


그 거리를 지키는 건
예의고,
존중이며,
때로는 조용한 사랑의 방식이다.



나는 말을 들을 때
문장보다 ‘숨’을 먼저 듣는다.


어디서 망설였는지,
어디서 괜히 웃었는지,
어떤 단어를 빨리 넘겼는지.


그걸 알아차리면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다.


그저,

“여기서 쉬어도 돼요”

한마디면 충분하다.


사람은 자신이 안전하다는 걸

생각보다 빨리 알아챈다.




글도 마찬가지다.


나는 정답을 쓰지 않는다.
대신 앉을 자리를 만든다.


읽고 나면 잠깐 멈춰 앉아
자기 마음을 돌아볼 수 있는 여백 하나.


그 여백이 누군가에게

잔향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쓴다.


그제야...

숨이 고르기 시작하니까.

이런 방식은 아마도
내가 오래 혼자서

숨을 고르며 살아온 시간 때문일 거다.


말하지 못한 감정들,
그저 지나쳤다면 잊혀졌을 마음들,
기록으로라도 남기지 않으면
사라질까 두려웠던 많은 순간들.


그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래서 누군가 묻는다.


“왜 당신 말 한마디에 울컥했는지 모르겠어요.”


그건 아마,

내 말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 마음에 이미 울음이 있었던 거겠지.


나는 그 울음이 머물 수 있는
작은 공간 하나를 만든 것뿐이다.


다정함이란,

그렇게 남는 거니까.




나는 요란한 다정은 잘 못한다.
대신 오래 머무는 다정을 안다.


누군가의 하루가 너무 빠르게 흘러
숨이 가빠진다면,
나는 한 줄 덜어내고
한 모금 더 따뜻하게 데운다.

나의 다정은 잔향처럼 번져

숨결을 고르게 만든다.


그리고 그 잔향이 사라질 즈음,
사람은 대체로
다시 걸을 힘을 찾는다.

그때 나는 조용히 일어난다.


붙잡지 않고,
떠나지도 않으면서.
마음이 무너지지 않도록
그 자리에 오래 머무르기만 했다는 걸,
상대가 스스로 알아차릴 수 있도록.


그것이 내가 아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진심 어린 다정이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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