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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잠결에 용서한 하루

EP.02 고요 속의 미세한 진동

by 마리엘 로즈


아무 일도 없는 날에도, 마음은 조용히 흔들린다.

창문을 닫았는데,
바람이 따라 들어왔다.

테이블 위 종이컵이
내 마음보다 먼저 흔들렸다.

커튼이 미세하게 떨리더니
햇살이 그 위에서 잠깐 머뭇거렸다.

방 안은 고요했지만
고요 속엔 작은 진동이 숨어 있었다.

그 진동은 마치
누군가 나를 조용히 불러내는 듯했다.

물잔 속의 빛이 일렁였고,
그 속에서 내 표정이 잠시 낯설게 흔들렸다.

고양이는 잠결에 몸을 말고,
마치 오래된 용서를 되새기듯 꼬리를 움직였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 대신 눈을 감았다.

눈을 감은 순간,
오늘의 모든 미세한 흔들림이
내 안으로 천천히 스며들었다.

아무 일도 없는 하루였지만
그 안엔 여전히 많은 감정이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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