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3 가라앉은 시간의 온도
모든 감정은 결국,
조용히 식어야 제 온도를 찾는다.
커피의 온기가 식어가는 걸
괜히 지켜보고 있었다.
김이 사라지자
공기마저 잠시 숨을 죽였다.
잔 속의 세상이 조금 더 또렷해졌다.
빛은 점점 낮아지고,
그 안에서 마음도 함께 가라앉았다.
텀블러 벽을 따라 흐르던 물방울이
멈춘 자리에서 미묘한 무늬를 남겼다.
아마도 그건,
오늘 하루가 내게 남긴 지문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생각은 천천히 식고
감정은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온기처럼
마음의 가장자리에서 오래 머물렀다.
시계 초침이 유리 속을 헤엄치듯 움직인다.
그 작은 리듬이
내 마음의 속도와 닮아 있었다.
나는 더 이상 무언가를 붙잡지 않았다.
그저 시간의 온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오늘을 다 식혀냈다.
식은 하루 위로,
아주 희미한 빛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