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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은 언제나 조용히 돌아온다

EP. 04 조용한 회복과 빛의 귀환

by 마리엘 로즈


식은 마음 위로 아주 작은 빛이 피어날 때.


밤은 완전히 식어 있었다.
시간조차 한 발 늦게 숨을 고르고 있었다.


모든 감정이 제자리를 찾아
조용히 잠든 뒤였다.


그때, 창문 너머 어딘가에서
빛이 아주 천천히 스며들었다.

그건 거창한 시작이 아니라
그저 어둠이 제 그림자를 천천히 걷어내는 일이었다.

탁자 위에 남겨둔 찻잔이
먼저 빛을 알아보듯 반짝였다.


식은 커피에서도 향이
아주 희미하게 공기 속을 떠돌았다.


나는 그 향을 따라
조심스레 창문을 열었다.

바람은 여전히 차가웠지만
그 안엔 어딘가 미세한 온기가 섞여 있었다.

희미하게 새소리가 먼 곳에서 번졌다.
밤의 경계가 아주 천천히 풀리고 있었다.

밤새 닫혀 있던 생각들이 하나둘 고개를 들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서서히 깨어나는 것들이 있었다.


새벽은 그렇게 돌아왔다.

기척도,선언도 없이.

다만 내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서
작은 빛 하나가 천천히 깨어나고 있었다.


그 빛은 아직 이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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