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5 사라진 뒤에 도착하는 빛
문을 닫고 돌아서는 순간,
복도 끝에 남아 있던 희미한 불빛이
내 그림자를 조금 늦게 따라왔다.
마음 한쪽에
불씨처럼 작은 빛이 늦게 스며들었다.
그때는 아무 의미 없던 말이었는데
오늘의 끝에서야
아주 작게 울렸다.
미처 잡지 못한 표정,
기억하지도 못한 손짓,
버려진 문장들의 잔끝 같은 것들.
다 지나간 뒤였지만
그 조각들은
어둠 속 어딘가에서
늦게야 반짝였다.
나는 그 빛을
붙잡지도 해석하지도 않았다.
그저
늦게 도착한 마음 하나가
조용히 스며들도록 두었다.
오늘은
그 정도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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