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나를 다시 쓰게 하다 | EP.18
사랑은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과
나를 잃지 않으려는 마음 사이에서
사람이 누군가를 사랑할 때
가장 어려운 건 마음의 거리 조절이다.
가까워지고 싶으면서도
너무 가까워져서 서로의 숨이 막히지 않기를 바란다.
사랑은 결국,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과
자기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마음의 줄다리기다.
그 줄을 얼마나 팽팽하게 혹은 느슨하게 잡느냐,
그게 애정과 존중의 경계다.
사람은 사랑을 표현할 때 흔히
‘내가 얼마나 주는가’에 초점을 둔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그 사랑이 상대에게 어떻게 닿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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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해주고 싶은 것 vs 상대가 원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
사람의 애정은 대부분
‘내가 주고 싶은 것’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그게 상대가
‘받고 싶은 것’이 아닐 수도 있다.
“하루에 세 번은 연락해야
사랑받는 기분이 들어.”
이건 어떤 사람에게는 다정함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사랑의 기준은
‘내가 주고 싶다’가 아니라,
‘상대가 편안해하느냐’에 있다.
사람은 자기가 주는 사랑에 몰두할수록
그 사랑이 상대에게 어떻게 닿는지는
놓치기 쉽다.
하지만 그 반응을 들여다보는 순간,
경계는 자연스럽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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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있음과 존재의 간섭은 다르다
사람은 사랑하면 함께 있고 싶어진다.
하지만 모든 ‘함께’가 좋은 건 아니다.
존중이 있는 애정은 말한다.
“오늘은 혼자 있고 싶구나. 그래, 그럴 수도 있지.”
존중이 없는 애정은 묻는다.
“왜 나랑 있는데도 혼자 있고 싶어 해?”
이 차이는 작아 보여도
관계에서는 결정적이다.
상대의 공간을 허락할 수 있을 때,
그건 존중이다.
하지만 그 공간을 ‘거리’로 느낄 때,
애정은 불안으로 바뀐다.
사람은 가까워질수록 더 불안해지고
불안할수록 상대를 더 붙잡게 된다.
하지만 사랑은 결국,
서로에게 스며들되
서로를 잠식하지 않는 일이다.
ㅡ
애정 표현은 상대의 리듬 안으로 들어가는 일
사랑을 잘하는 사람은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상대의 리듬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다.
“나 지금 너무 보고 싶어.”
이건 애정이다.
“왜 나 안 보고 싶어?”
이건 존중이 깨진 순간이다.
같은 감정이라도
‘내 욕구 중심’으로 말하면 부담이 되고,
‘상대의 리듬 안에서’ 말하면 위로가 된다.
사람 사이의 사랑은 결국,
말보다 속도와 온도의 문제다.
ㅡ
기준을 세우는 가장 간단한 질문
사람은 사랑할 때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볼 수 있다.
“이 행동이 상대의 마음을 편하게 해줄까,
아니면 내 불안을 달래려는 걸까?”
대부분의 경계는 여기서 갈린다.
불안에서 나온 애정은
상대의 자유를 빼앗고,
신뢰에서 나온 애정은
상대를 단단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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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가까워지려는 힘이고
존중은 숨 쉴 틈을 남겨주는 기술이다.
그 두 가지가 균형을 이루는 순간,
사람의 사랑은 오래 머무를 수 있다.
오래 머무는 대신,
조용해진다.
함께 있어도
서로의 고요를 해치지 않는 사랑,
그게
애정과 존중이 나란히 서 있는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