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양육 시리즈] EP.09 플랜은 계획표가 아니다
공부는 결국 전략이다
처음엔 나도 그랬다
공부 계획표를 짜는 건,
상위권 아이들이나 하는 예쁜 척 같았다
알록달록한 색으로 채운 칸칸이,
‘열심히 하는 나’에 취한 자기만족 같았달까.
'그 시간에 문제 하나라도 더 푸는 게 낫지 않나'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직접 해보고 나서야 알게 됐다
플랜은 예쁘게 꾸미는 표가 아니었다
결국 성적을 만드는 건,
그걸 얼마나 '현실적으로 실행했는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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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계획이 중요해요?”
질문을 받을 때면,
나는 여행 이야기를 꺼낸다
여행 갈 때 제일 먼저 정하는 건
‘몇 시간 걸릴지’가 아니라
‘어디로 갈지’다
목적지가 정해져야
출발 시간도, 경로도, 예산도 정해진다
공부도 똑같다
‘수학 1시간, 영어 2시간’이 아니라
‘오늘 이 개념은 반드시 끝낸다.’
‘이 단원까지는 풀어둔다.’
분량이 먼저고,
시간은 그 뒤를 따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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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예외도 존재한다
“저는요, 오늘 해야 할 분량이
머릿속에 있어서 따로 계획 안 짜요.”
이 말에 담긴 속 뜻이 중요하다
계획이란 건, 단순히 시간을 채우는 게 아니라,
해야 할 일을 쪼개서
눈앞에 꺼내놓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려주는 말이기 때문이다
목표가 분명해지면,
그때부터는 단순한 계산이다
예를 들어,
그날 공부하기도 빠듯한 학생이
60일 안에
단어 3000개를 외우겠다고 하면
하루 50개를 틈새시간에 넣으면 된다
할 수 있는 만큼,
조각조각 나누는 것.
그게 계획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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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밥 먹고 나서 10문제만 풀자”
라고 했던 적이 있다.
10문제.
겨우 15분 남짓되는 분량이었다
하지만 아침, 저녁 하루 2번이면 20문제.
60일만 해도 1200문제였다
그게 약 30시간치 공부였다
학원 다니는 아이들
순공시간 대비 날짜로 환산하면
자그마치 최대 10일이다
시간은 늘 정직하다
안 될 것 같아도,
나눠서 쌓으면 된다
공부는 결국,
‘얼마나 앉아 있었냐’가 아니라
‘얼마나 누적했느냐’의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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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을 보다 보면
성적에 따라 짐 싸는 방식이 다르다
4등급은 모래만 가득하다
문제를 많이 풀지만 개념이 엉성해서
아무리 담아도 다 새어 나간다
3등급은 자갈만 많다
자잘한 개념은 줄줄 외우지만
전체 흐름이 없다
2등급은 물을 담을 시간이 부족하다
기본기와 방향은 맞는데
복습이나 반복이 빠듯하다
그래서 늘 마지막에서 아쉽게 멈춘다
1등급은 바위부터 챙긴다
기본 개념, 세부 정리, 문제풀이, 복습까지
빈틈 없이 가방 하나를 꽉 채워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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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든 아이가 이 틀에 딱 들어맞는 건 아니다
하지만 공부의 방향을 잃었을 때,
자기 짐가방 안을 한번 들여다보면
무게중심이 어디에 쏠려 있는지는 알 수 있다
그래서 계획이 필요하다
그날의 분량과 시간을 계산해서
무엇부터 넣고, 무엇을 빼야 할지 판단하는 것.
자기만의 가방을
매일 알맞게 꾸리는 일.
플랜은
열심히 하기 위한 준비물이 아니라,
버티고 누적하기 위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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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아이와 9번의 플랜을 짜보며 깨달았다
공부뿐 아니라,
인생에도 플랜이 필요하다는 걸.
계획 없이 노력만 하면
열심히는 하는데 성과는 잘 안 나온다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어디에 시간을 더 써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속도보다 중요한 건
지금 내가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다
플랜은 단순한 계획표가 아니다
방향을 잡고,
목표에 정확히 도달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