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도 저 물과 달을 아는가?
계절의 변화가 빠르다. 잠시 잠깐 일 나간 사이 모란은 지고 아카시아 향이 코를 찌르니 쉼 없이 달려가는 것은 계절만은 아닌 듯하다.
변화란 예민함이며 불안함이다. 예민한 자에게는 떨어지는 꽃잎 하나에도 지구가 소멸할 듯 애처롭고, 불안한 자에게는 인생의 유한함이 피부 깊숙이 느껴 허망함으로 다가온다.
유한한 인생이 무한한 자연을 보고 감회에 젖지 않는다면 어찌 봄날이라 할 수 있겠는가?
여전히 주 5일은 꼬박 일해야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우리네 인생살이에서 평생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고 평생 질병에 시달리지 않는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렇지 않은가. 우화등선(羽化登仙)이로고!
“흰 이슬은 강에 비스듬히 내리고, 물빛은 하늘가로 이었더라. 한 조각 배를 가는 대로 맡기니, 아득하기 그지없는 물결 따라 흐르네. 넓고 넓은 허공에 바람 의지하니 그칠 데를 알 수 없고, 가붓가붓 나부껴 인간 세상 버리고 홀로 서니, 날개 돋아 신선(神仙) 돼 오르는 것 같더라.”
때는 1082년 소동파(蘇東坡)는 황주(黃州)로 유배와 장강 적벽(赤壁) 아래에 배를 띄우니 감회가 여간 새롭지 않다. 그는 100년 뒤에 태어날 주자(朱子)와 더불어 조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다.
주자는 “천하에 단지 하나의 이치가 있을 뿐, 이쪽이 옳으면 저쪽이 그르고 이쪽이 그르면 저쪽이 옳으니, 양쪽이 병립(竝立)하는 경우는 없다.”라고 할 정도로 시공을 매우 짧게 해석하여 대쪽 같은 성리학을 신봉했다면, 소동파는 “천하는 순환의 한 작용으로 높음은 낮음이며 강함은 약함이니 질그릇처럼 투박하게 욕심 없이 살라”는 노자의 영향을 받아 시공을 매우 넓게 해석하였다.
“그대도 저 물과 달을 아는가? 흘러가는 것은 이와 같으나 일찍이 없어진 것은 없고, 차고 기우는 것은 저와 같으나 끝끝내 줄고 늘어남이 없으며, 변하는 것으로 본다면 천지도 한순간 변하지 않는 것이 없고, 변하지 않는다고 보면 나와 만물이 다함이 끝이 없으니 이또한 무엇을 부러워하리오.”
적벽(赤壁)은 어디인가? 800년 전 조조의 백만대군이 제갈량의 화공과 주유의 협공으로 허망하게 몰살당한 장소가 아닌가? 그곳에 배를 띄우니, 장강은 그때나 지금이나 이리도 유유히 흐르고 달빛은 그때나 지금이나 이리도 밝은데, 조조와 유비, 제갈량과 주유 영웅호걸을 다 어디를 가고 그 수 많던 병사들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는가? 허망하도다. 붙들어 맬 아무것도 없는 것이 우리네 인생살이가 아니였던가?
매미는 땅속에서 굼벵이로 7년을 버티고 고작 7일 동안 하늘을 펄펄 살다가 죽는다. 땅속 매미의 삶이 진정한 삶인가? 하늘을 펄펄 나는 매미의 삶이 진정한 삶인가?
우리네 인생도 이와다르지 않다. 마음은 전 우주 생태계의 한 점으로 날이면 날마다 축복으로 만들고, 두 발은 땅에 딱 붙여 흔들리는 세파에도 쉬이 무너지지 않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