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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선 윤일원 Aug 28. 2024

사랑의 이면에 숨겨진 진화의 진실들

이를 ‘감각적 덫’이라 부르고, 부모의 시각, 청각, 감각을 마비시켜


2024.8.24.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카멀라 해리스의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 앞서 의붓딸 엘라 엠호프, 조카 미나 해리스, 대녀 헬레나 허들린이 찬조 연설을 했다. 이들은 대선 후보가 아닌 ‘새엄마’, ‘이모’를 이야기했으며, 그만큼 가족의 사랑이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유권자에게 알렸으며, 이면에는 가족이 해체 중이라는 뜻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가 아닌 너를 사랑하여 가족을 만드는 행위, 동양에서는 제가 이후 치국평천하를 논할 정도로 소중하다.


너무나 완벽하게 진화한 행위, 우리는 그것을 ‘사랑’이라 부른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맺어진 암컷과 수컷, 그 이면에는 번식을 위한 가장 원초적인 성 선택 전략에서 파생된 어두운 단면인 폭력, 배신, 자발적 유산, 여아 살해가 숨겨져 있다.




우리가 사랑을 콩깍지가 아니라 번식과 생존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가족해체와 저출산, 자식 교육열, 능력주의 문제를 보다 더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남녀가 짝을 고르는 일, 성 선택 전략에는 두 가지 본능이 앙상블이 되어 춤춘다. 


하나는 내 유전자 풀에 내성이 강한 수컷의 면역 유전자를 섞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아이의 양육에 헌신과 책임을 질 수컷의 선택이다. 전자는 키스나 스킨십 등 ‘체취’로 판단하고, 후자는 남자의 능력이라 이성적 ‘머리’로 판단한다. 이 둘의 앙상블이 기대치와 다르게 뒤틀릴 때 배신과 데이트 폭력, 심지어 살해로 이어진다.


야생동물은 수컷 우두머리가 바뀌면 암컷은 스스로 유산한다. 어차피 태어나도 수컷에게 죽임을 당할 바엔 스스로 죽이는 행위가 자원투자를 덜 소모시켜 생존경쟁에 유리할뿐더러 새로운 수컷과 번식 기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를 부루스 효과(Bruce effect)라 한다. 




인간도 예외가 아니라 산업화 이전에 여아의 살해가 주기적으로 일어났으며 동서양을 막론하고 남녀의 성비 불균형을 초래했다. 


이제 아이가 태어난다. 토실토실한 얼굴, 짧은 팔다리, 큰 머리, 방긋방긋 웃는 모습, 안아 달라고 보채는 행동들, 인류학자 허디(Sarah B. Hrdy)는 이를 ‘감각적 덫’이라 부르고, 부모의 시각, 청각, 감각을 마비시켜 보살핌을 유도하며, 오히려 부모보다 조부모의 마비를 더 크게 하여 사랑을 독차지하게 만든다고 한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문명이 발달하자 풍요의 시대가 도래했다. 풍요는 자식에게 유전자를 전달하는 본능과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욕망 사이에 갈등을 부추겼고, 그 결과 다산이 아니라 한둘 낳아 이 문제를 해결하거나 아예 결혼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어쨌거나, 부모는 자식이 태어나면 양육 본능의 공식에 따라 배우자로 향했던 사랑을 자식에게 쏟아부으면서, 온갖 아바타로 변신하여 자신의 욕망을 자식에게 투여하면서 새로운 갈등을 만든다. “무한 경쟁 능력 시대라, 좋은 직장이 있어야…” 생각이 여기에 이른 부모는 근본 원인이 학교 ‘성적’에 이르게 되고, 과거처럼 1/N 해야 할 시간과 돈을 한두 명의 자녀에 몽땅 투입하게 된다. 이웃집인들 이 전략을 빤히 알아 누구 하나 망할 때까지 무한히 이어지는 ‘군비경쟁’에 뛰어든다.




“낳았으되 소유하지 않고, 길렀으되 간섭지 말라(生而不有, 長而不宰).” (<노자> 제51장)


내 부모가 나를 낳을 때 모든 것을 계획하고 낳지 않듯, 내 자식 또한 모든 것을 계획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 이는 삶이란 부모에서 물려받은 ‘유전자 로또’만큼이나 타인에 의해서 발생하는 우연과 필연, 그리고 개인의 노력으로 얼룩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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