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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영 Jul 10. 2024

첫 주문의 기억  

난 뭘 믿고 쇼핑몰을 시작했을까

무턱대고 시작한 쇼핑몰의 주문량은 초라했다. 오프라인 상점처럼 문을 열면 사람들이 몰려들 거라고 생각했던 나 자신이 어찌나 부끄럽던지. 쇼핑몰 오픈 전에 내가 했던 것이라곤 유일한 홍보 수단이었던 싸이월드에 쇼핑몰을 오픈한다는 글을 올리고, 알고 있는 카페에 비슷한 글을 하나 올렸던 것뿐. (그마저도 나중에는 홍보글이라고 삭제된 것으로 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마케팅이라고 할 만한 사전 작업이 전무했다. 사이트에 올린 상품도 많지 않았다. 쇼핑몰 메인 페이지를 채울 정도로만 업데이트했으니 대략 20개. 후기도 QnA글도 없어서 주문이 들어오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기억나는 것은 절친이 자신의 스타일도 아닌 '에스메랄다'라는 이름의 빨간색 롱 치마를 하나 구입했던 것.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응원을 받는 것은 고마웠지만 나에게는 낯선 사람의 주문이 필요했다. 나를 알지 못하는, 그저 제품을 보고 제품이 좋아 보여 사는 사람이. 당시에는 집에서 쇼핑몰을 운영했고 공간이 부족해서 물건을 많이 쌓아둘 수 없었기에 주문이 들어오면 그날 밤에 동대문에 가서 사입을 했다. 그런데 쇼핑몰을 오픈하고 오히려 동대문에 갈 일이 없었다. 매일 관리자 페이지에 들어가서 주문을 확인할 때 뜨는 '주문이 없습니다.'라는 문구를 볼 때의 막막함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고민이 깊어지던 어느 날, 오픈한 지 14일째 되던 날에 (낯선 이의) 첫 주문이 들어왔다. 품목은 검은색 스키니 바지, 스몰 사이즈, 2만 3천 원. 소중한 첫 주문이었다. 주문을 보자마자 뛸 듯이 기뻐서 그날 밤 바로 동대문에 갔다. 주문은 스몰 사이즈 바지 하나였지만 도매 사입은 한 벌씩만 되지 않아서 미디엄 사이즈도 구매했다. 간 김에 다른 신상품도 사입을 해야 했는데, 그동안 주문이 들어온 것이 없으니 사입을 많이 할 수가 없었다. 쇼핑몰 오픈 전에 한 품목을 다섯 벌, 열 벌씩 미리 구비해 놓은 내가 원망스러웠다. 그것도 잘 나가지도 않는 특이한 옷들을. '와, 난 뭘 믿고 이렇게 무모했지?'


지지부진하던 주문량이 지속되다 어느 순간 살만해졌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한 3년 동안은 뜨거운 햇볕 아래서도 살겠다고 꿈틀대는 지렁이처럼 버텼다. 그 시절엔 비도 오지 않았다. 버티니까 시간이 갔고 시간이 가니 살아있었다. 다시 돌아간다면 그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꼭 다른 쇼핑몰에서 아르바이트라도 해 보고 시작할 것이다. 매출이 발생하면 그것으로 다시 사입을 하니 순수익은 제로에 가까웠다. 돈이 벌리지 않는데도 매주 3~4일 밤을 새워가며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일이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들의 집합체였기 때문이다. 옷을 사입하고, 사진을 찍으러 다니고, 그것을 업데이트를 하는 모든 순간이 즐거웠다. 세금이라는 폭탄이 나타나기 전까지.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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