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영 Jul 12. 2024

강남 세무서에서 울다.

자영업자에게 세금이란

바쁘게 살다 보면 놓치는 것들이 있다. 그래도 자영업자가 절대 놓치면 안 되는 것, 그중의 제일은 세금이다. 자영업을 시작하고 3년 동안은 버는 것이 그대로 다시 나갔기 때문에 모은 돈이 없었다. 버는 것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들인 시간에 비하면 마이너스였으니 세금에 대한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주문량이 많지 않았어도 재주문이 미약하게나마 늘고 있어서 몸은 계속 바빴다. 사입과 촬영, 편집, 업데이트, 배송까지. 도르마무처럼 돌아오는 업무는 끝이 나지 않아서 일하고 먹고(조금) 자고, 다시 일하기에 급급한 날들이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살아가던 어느 여름에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강남 세무서입니다."

"네?"

"현재 밀린 부가세가 꽤 되네요. 납부를 해 주셔야겠는데요."

"세금이요???"

"네."

"얼마나 되는데요?"


업태:소매, 종목: 전자 상거래해당하는 자영업자는 1년에 세 세금 신고를 해야 한다. 1월과 7월에는 부가 가치세, 5월에는 종합 소득세가 그것이다. 부가가치세라는 것은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치에 대한 간접세란다. 내가 서비스를 하고, 제품을 보내는데 왜 세금까지 내야 하나? 억울한 마음이 들었지만, 알아보니 이 부가가치세는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가치 증가분에 대한 세금으로 최종적으로 소비자가 부담하는 세금이고, 나는 이것을 고려하여 제품 가격에 부가세를 더해 판매 가격을 정해야 했다. 하지만 인터넷 쇼핑몰의 특성상 가격 비교는 너무나 쉬웠고 부가세까지 더해서 판매를 한다면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세금까지 고려하여 마진을 책정했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시작했기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무지했다.


"얼마나 되는데요?"

"가산세까지 해서 약 280만 원 정도.. 되네요."


낼 수 없었다. 아니, 낼 돈이 없었다. 그렇게 열심히 일했는데 아직도 겨우 버티고 있는데 세금을 내야 한다니. 이모에게 일을 맡기고 강남 세무서로 갔다. 버스를 타고 강남역에 내려 차갑고 낯선 건물로 들어가 담당 직원을 만났다. 일을 시작하고 1년 동안은 간이 과세자로 분류되어 부가세를 내지 않아도 되었지만 그 이후 카드 매출은 고스란히 잡혀 있었고, 매입을 증명할 자료가 없으면 이 돈을 그대로 내야 한단다.

*간이 과세자: 연간 매출액이 8,000만 원이 되지 않는 소규모 사업자. 부가 가치세율이 낮게 적용된다.


"저.. 진짜 모아둔 돈이 없어요.. 세금.. 신고해야 하는 줄 몰라서 못했고요.. 지금 간신히 먹고살고 있는데,

돈은 못 내요.."


라고 말하면서  자신이 어느 때보다 부끄러웠다. '돈이 없다.' '몰랐다.' '먹고살기가 힘들다.'말을 하는 동안 몸은 부들부들 떨렸고, 눈물이 났다. 누구에게든 폐 끼치지 않으면서 살려고 했고, 자존심이 세서 부모님에게도 손을 벌려 본 적이 없는데, 생판 남에게 돈이 없다는 말을 하고 있는 내가 한심하고 초라했다. 악착같이 일을 했어도 무지하면 이런 일을 겪어야 했다. 그때 처음으로 나는 내가 싫었다.


차갑게 이야기하던 세무서의 직원도 내 얘기를 듣더니 함께 방법을 찾아보고자 했고 다행히 집에는 옷을 사입할 때마다 적어둔 매입 장부가 있었다. 가계부를 착실하게 써 오신 엄마의 조언으로 매입 장부를 작성해 둔 것이 세금을 줄이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 그렇게 몇 차례 세무서에서 울고, 몇 시간을 머리를 맞댄 끝에 부과된 세금을 1/3로 낮출 수 있었다.


13년 그때가 생각나는 7월이다. 세금 신고는 여전히 숙제 같고, 미룰 있으면 가장 멀리로 미루고 싶다. 하지만 자영업자로 살아가기로 했다면 세금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이제 나는 세금을 내더라도 많이 벌고 기간 안에 낼 수 있기를 꿈꾼다.


잊지 말자. 부가세 신고는 7월 25일까지.




<납부 지연 가산세>

무신고 가산세 : 일반 무신고납부세액 ×20%(부당 무신고는 무신고납부세액 ×40%)

납부 불성실 가산세 : 미납세액(초과환급세액) ×경과일 수 ×이자율(1일 22/100,000)

과소신고·초과환급신고 가산세 : 일반과소신고 납부세액 등 ×10%(부당 과소신고는 납부세액 등 ×40%)






이전 02화 첫 주문의 기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