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panic
내가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지혜
대부분의 일들이 시간이 지나면 잊히지만, 그중 몇 가지는 아주 선명하게 각인되기도 한다. 올해 나에게는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을 그런 일이 두 번 있었다. 한 번은 카카오톡이 해킹을 당했을 때고, 또 한 번은 그제.
사회 보험료가 미납되어 통장의 압류를 당했다. 작년 말에 직원의 퇴사를 국민 연금에 신고했어야 했는데, 하지 않아서 연금이 미납되고 있었던 사실을 뒤늦게 알았고 3개월 이상 연체되면 통장 압류가 가능하다고 한다. 압류라니. 이 단어는 부도가 나서 돈을 제때 못 갚거나, 누군가에게 보증을 잘 못 섰을 때만 일어나는 것인 줄 알았다. 처음에 압류 문자를 받았을 때는 '스팸 아니야?'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통장에 돈이 있는데도 이체 가능 금액이 '0'이라고 뜨자 나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어? 당장 거래처에 이체해야 할 금액들이 있는데 어떻게 하지?'
'어디 보자.. 다른 통장들도 그런가..?'
그랬다. 다른 통장도 모두 압류가 되어 이체가 불가능한 상태. 나중에 알아보니 어느 통장에 얼마가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10개 은행까지 압류가 가능하단다. 아니, 압류를 해 버리면 돈을 어떻게 내라는 건가. 어이가 없어서 주거래 은행인 국민 은행에 먼저 전화를 했다.
"안녕하세요. 제 통장이 압류되었다는 문자를 받았는데, 맞나요?"
"네. 압류가 들어간 것이 맞습니다."
"아니, 저는 압류 통보도 받지 못했는데요, 이렇게 갑자기 압류를 하실 수 있는 건가요?"
"국가에서 정당한 절차를 거쳐 압류를 하면 저희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래.. 압류가 된 것은 확실한 것 같고, 그럼 돈을 내라는 문자가 온 건강 보험 공단과 통화를 해 보자. 연체된 금액이 총 5,436,790원이란다.
"계좌 압류를 풀기 위해서는 이 돈을 내야 하는 거예요?"
"예.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이렇게 큰 금액을 한 번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침착해야 했다. 돈을 내 버리고 나면 만일 이 금액이 잘못된 것임을 알았을 때, 이런저런 소명 자료를 내야 해서 더 복잡하고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국가 기관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나는 바로 돈을 내지 않았고(못했고), 국민 연금에 통화해서 작년에 퇴사자가 발생한 사실과, 그 신고가 되지 않았던 부분을 이야기했다. 담당자에게 총 세 장의 서류를 핸드폰으로 찍어 제출하고 몇 번의 통화 끝에 올해 1월부터 6월에 해당하는 금액이 소멸되어 결과적으로 금액은 1/2로 줄었다. 카드로 결제했더니 통장 압류는 다음날 오전 11시경 풀렸다.
처음부터 540만 원에 해당하는 돈을 냈다면, 다시 받기까지는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건강 보험 공단과 국민 연금은 따로 움직이는 기관이고 서로가 다 연결되어 있지 않다. 직원이 한 사람만 전담 마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나 자신이 챙겨야 한다. 미리 챙기지 못한 사실은 인정하되,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차분하게 파악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미리부터 당황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구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나는 앞으로 자기 전에 이 기도문을 꼭 외워야 할 지경이다.
연금에 세금에, 내야 할 것이 참 많은 7월. 많이 벌었으니 이 정도는 기꺼이 내겠다는 마음가짐이 기꺼이 들 때는 언제일까. 이렇게 당황스러운 일이 한 번씩 나를 툭 치고 지나가지 않을 때가 오긴 올까.
많이 냈으니 이제 벌 일만 남았다. 일단 좀 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