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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영 Aug 07. 2024

1인 1 메뉴 부탁드립니다.  

자영업에서 자신만의 기준을 가진다는 것

꿀 같은 여름휴가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아직 거래처와 공장이 휴가인지라 설렁설렁 일하는 기분이 좋다. 평소의 비장함을 덜어내고 여유롭게 일하는 기분. 책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소영 대표는 주말에 혼자 나와서 일하는 것이 좋다고 했는데 아마도 그런 기분인 것 같다. 평소에는 생각할 틈 없이 정해진 루틴대로 딱딱 일을 해야 했다면 지금 이 시기에는 생각하며 일하는 기분이랄까.


얼마 전 스레드에서 이런 글을 봤다. 글쓴이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인데 메뉴판에 '1인 1 음료 부탁 드립니다.'라는 문구를 추가할까 고민이라는 것이다. 댓글로는 '1인 1 음료보다는 1 메뉴가 부담이 없다.' '아이를 데리고 가는 입장에서 1인 1 음료는 부담스럽다.' 혹은, '당연히 해도 된다. 부탁드린다는 말은 너무 저자세니 '1인 1 메뉴입니다.'라고 쓰라'는 등의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


'1인 1 음료를 부탁드립니다.'는 문구 추가를 고민하고 있다면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임대료, 인건비, 재료값 상승 등을 고려한다면 1인 1 음료를 공지하는 것은 카페 운영을 위해서 당연하게 할 수 있는 말인데 이를 공지함으로 인해서 혹여나 손님이 안 오는 것을 고민한다니. 한 명이라도 더 끌어당기고 싶은 자영업자로서 그 마음도 이해가 됐다.


하지만 16년 동안 자영업을 하면서 느낀 점은 내 기준이 어떤 윤리나 도덕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그것을 사업에 적용하는 것이 오히려 사업의 지속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내가 어떤 곳에 갔을 때, 1인 1 메뉴가 그렇게 거슬리지 않는다면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에 적용해도 괜찮다. 다만, 제공하는 서비스(혹은 제품)가 기본적으로 좋아야 하고 제한을 둔다면 그것을 부드럽게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에서 '부탁드린다'는 말이 너무 저자세라는 의견이 있었는데 말을 공손하게 하는 것과 저자세가 같은 의미는 아니다. '부탁드린다'는 말이 수용되는 고객을 내 고객으로 만드는 것, 그것은 내 사업의 색을 내가 정한다는 의미가 된다.


물건을 팔거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해서 더 아래가 되는 시대는 지났다. 아니, 그런 시기가 있었던가? 어느 유명 맛집은 메뉴 사진을 제외한 가게 내부 사진, 심지어 셀카를 찍는 것조차 금지하고 있는데도 사람들이 그곳의 음식을 맛보기 위해 줄을 선다. 요즘은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어서 정확하고 공손하게 이야기를 하면 잘 수용하고, 먼저 더 예의 있게 행동하는 고객들도 많다. 자영업의 의미가 스스로 경영하는 사업이니만큼 나 스스로의 기준을 잘 정하면 그에 맞는 고객들이 찾아오게 되어 있다.


글을 쓰다 보니 또 비장해졌다. 비장함과 여유로움 사이. 밸런스가 필요한 때다. 내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면 필요한 것을 조금 더 생각하면서 살아야겠다. 매일 내 업을 위해서 내 업을 찾아주는 사람들을 위해서 1%라도 더 좋아질 고민을 한다면 내 업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삿포로의 어느 카페는 1인 1 케이크 주문이 기본이지만 사람들로 북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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