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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영 Aug 16. 2024

젊은 자영업자의 기쁨

뜨거웠던 여름밤은 가고 남은 것은 더 뜨거워질 가을  

매미 소리가 잦아들고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새로운 계절이 온다는 신호다. 각각의 업마다 뚜렷하게 매출이 상승하는 시즌이 있다면 보헤미안 쇼핑몰은 가을이 그렇다. 여름휴가를 보낸 뒤에는 재빠르게 새로운 시즌을 준비한다. 아직 콘크리트 바닥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열기가 가시지 않았지만, 쇼핑몰 페이지를 메우던 반팔과 민소매 원피스는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색색의 털실로 짜인 니트와 카디건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시기를 보낼 때면 다른 때보다 심장이 빠르게 뛴다. '올 해는 어떤 옷들이 제작될까', '이런 옷은 반응이 어떨까'하는 기대감이 어제보다 오늘을 더 열심히 살게 한다. 오늘 일을 마치면서 내일이 빨리 오기를 기다린다. 그래야 또 일을 할 수 있으니까. 단테의 신곡에서 말하듯 희망이 없는 곳이 지옥이라면 가을을 맞이하는 사무실은 희망으로 가득 차 있으니 이곳이 바로 천국인지도 모르겠다. 일하는 것이 이토록 즐거운 이유는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가슴 뜀을 느끼면서 돈도 벌 수 있다는 것은 진정 행운이자 행복이다.


1월, 5월, 7월. 숨 쉴만하면 계속 통지되는 세금에 버는 족족 나가는 경험을 했다. 몸이 아프면 대신해 줄 사람이 없고, 내가 일하는 만큼 벌린다는 것은 어찌 보면 냉정하지만 한편으로는 정직하다. 이제 남은 계절은 일하는 만큼 벌고 번 만큼 모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지난 계절들의 경험으로 매출보다는 순이익이 중요하고 조급함을 버리고 매사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매일 하는 일들을 묵묵하게 이어가되 항상 새로움을 도모해야 한다. 마치 백조와도 같은 삶. 우아하게 물 위에 떠 있는 것 같아 보여도 발은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하며, 동시에 "뭐, 어때?" 하며 일희일비하지 않는 마음 가짐도 필요하다.  쉽지는 않겠지만.


여유를 가진다는 것은 내 삶의 주도권을 가진다는 말이다. 한해의 월, 화, 수요일 같은 봄과 여름을 보냈으니 이제는 여유를 가지고 가을, 겨울을 지내보려고 한다. 나는 매미 소리보다 귀뚜라미 소리가 좋다.


여름과 가을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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