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시즌이 다가온다. 동대문 도매 시장과 공장이 8월 초에 휴가를 가지기 때문에 인터넷 쇼핑몰을 비롯한 의류 매장은 대부분 그에 맞춰 휴가를 간다. 나는 그 일정보다 한 주 먼저 휴가를 시작하는데, 이유는 아버지의 휴가에 맞춰서 가족 여행을 가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이 매년 가족 여행을 하게 된 것의 시작은 대략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태풍이 몰아치는 여름에 혼자 제주도 여행을 가겠다는 나를 말리는 아버지에게 다 같이 갈 거면 가고, 아니면 나 혼자라도 가겠다고 해서 함께 여행을 가게 된 것. 그것을 시초로 우리 가족은 매년 8월 초에 휴가를 떠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집에는 자영업자가 많다. 개인 병원을 하시는 아버지, 영어 교육 사업을 하는 동생, 그리고 나. 공교롭게도 각자의 업에 다 자신의 이름이 들어가 있다. 일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진 않지만 이름을 걸고 하는 일의 무게감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힘든 만큼 돈이 벌리는 삶, 쉬고 싶은 날에도 나태해질 수 없는 숙명을. 그러니 이렇게라도 휴가를 미리 정해 두지 않으면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처럼 달리다가 아주 고장 나 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가족 여행을 아주 기쁜 마음으로 기다린다.
자영업자의 좋은 점 중 하나는 내가 원할 때떠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손꼽아 기다리던 휴가가 내일모레로 다가왔다. 이제 다음 일주일은 새로운 곳에 있겠지. '여행은 잘 돌아오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나는 여행에서 돌아오는 것이 너무 아쉽게 느껴질 때마다 그 말을 떠올린다. 새로운 곳에 가면 하루하루가 지나가는 것을 아쉬워하기보다 그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충분히 누리고가족과 함께 하는 여름의 정점을 마음껏 즐기리라. 그 시간 동안에는 머릿속을 휘젓는 복잡한 문제들에서 벗어나 온전히 현재에 머무는 사람이 되리라 다짐해 본다. 그러다 간혹 집 생각이 나면 내 삶이 그렇게 나쁘지 않구나 자위하며 감사한 마음을 안고 돌아올 것이다. 그래야 다시 남은 계절을 힘차게 살아갈 테니.
[07.31, 08.02 이틀은 연재를 쉽니다. 모두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 잘 쉬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