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일요일 밤에 처음으로 달리기를 했다. 요즘 새롭게 떠오르는 운동이래나 뭐래나. 코로나 시절에는 골프였다가, 그다음에는 테니스였다가, 이제는 러닝이란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운동이 필요했던 터라 무거운 몸을 좀 움직여볼까 하고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 밤, 이번이 두 번째인데 벌써 지치고 하기 싫은 마음이 든다. 그래도 지난주에 러닝을 계속해야겠다고 글을 써 놓은 것이 있어서 그 약속을 어기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밖으로 나갔다. 이것이 과연 달리는 것인지 걷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반 이상은 걸었지만, 그 와중에 꼭 기록해 두고 싶었던 생각이 떠올랐다.
나를 야간 달리기에 동참시킨 것은 남편이다. 남편은 운동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인데, 그것이 어느 정도냐 하면 여유가 생기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이 뭐냐고 물었을 때 '운동'이라고 대답한다. 5시에 일어나서 출근 전에 회사에 있는 짐(gym)에서 운동을 하고 출근하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단다. 러닝 후에도 땀을 뻘뻘 흘리고 들어와서는 자기는 운동을 조금 더 할 테니 나보고 먼저 씻으라 한다. 운동을 못하면 찝찝하다고 할 정도니 같이 사는 내가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다. 일어나자마자 스트레칭, 점심 후에는 산책, 퇴근 후에는 근력 운동에 러닝까지. 그렇게 열심히 운동하는 것을 보며 나도 어쩔 수 없이 좀 그래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좋은 습관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것은 내 삶을 건강하게 하는 요소가 된다.
동시에 이런 좋은 점들을 발견했을 때 그것을 내 삶에 들이고자 하는 마음, 같이 할 수 있는 친구가 되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같이 달리면서 나는 내가 이 사람에게, 그리고 이 사람이 나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 주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꾸준히 좋은 친구가 되어 왔다면, 결혼해서 살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사람이라는 하나의 증거다. 반면에 누군가를 만났을 때 항상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보인다면, 어떤 것을 보아도 그냥 넘기지 못하는 자신의 문제일 수도 있다. 나도 나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있는데,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언제나 마음에 들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기에 결혼을 해서 산다는 것은 내려놓음이 필요하고, 누군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권했을 때 함께 하고자 하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고, 마음에 들지 않아도 지켜볼 수 있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결혼 전에 나는 '좋은 배우자의 조건'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자주 보았다. 들으면서 끄덕였던 내용도 있었고, 동의하지 못했던 것들도 있었지만 이제 그런 것들은 거의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 어차피 개인차가 있는 것들이고 결국 선택은 자신이 하는 것이다. 그런 영상을 보면서 '나는 이런 사람인가?' '나는 좋은 배우자가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 모두 한 때 어린아이였고 지금도 그 어린아이는 어느 깊은 곳에 있다는 것을 잊지 않으며, 때로는 함께 하는 상대를 연민의 눈으로 바라봐야겠다는 나만의 선이 생겼다.
결혼 7개월 차에 접어들면서 이제야 매일 부모님 몰래 놀러 온 것 같았던 기분에서 조금씩 벗어나 다시 기타를 잡고 나의 루틴을 찾아간다. 결국은 신혼 생활도 일상이 되어 갈 것이고, 새로움에서 벗어나서 익숙한 풍경이이어질 것이다. 좋은 삶을 살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말처럼, 나 자신으로서 오롯이 잘 살고 있다면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것은 그렇게 대단히 염려하지 않아도 될 일인지도 모르겠다. 좋은 습관을 가진 친구와 같이 산다면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