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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영 Sep 23. 2024

핸드폰 좀비

아이가 물었다.

"엄마, 사람들이 왜 자전거 도로에서 걸어요?"


엄마는 말했다.

"핸드폰만 보면서 걷기 때문이야.

그들은 자신이 어떤 길로 가는지 몰라."


기사가 났다.

'핸드폰을 보며 걷던 행인이

바로 앞의 계단을 보지 못해서

골절상을 당했습니다.'


아이는 다짐했다.

"걸을 때는 핸드폰을 보지 말아야지!'


아이는 어른이 되었다.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는

어른들은 봐야 할 것이 많았다.

팔도 뻗기 힘든 좁은 공간에서

저마다 핸드폰을 꺼냈다.


어쩌다 자리에 앉으면

머리 위에는 핸드폰 하늘이 있었다.

때론 낯선 이의 카톡도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은 심지어 2초가 남은

횡단보도에서도 핸드폰을 보았다.


내면의 아이는 외쳤다.

'좀비들아 비켜!!!!!'


사람들은 잊었다.

창밖을 보는 법을

눈과 눈을 마주치는 기쁨을

옥수역을 지날 때의

한강 노을이 얼마나 예쁜 지를


아이는 오늘도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서

고개를 든다.


그리고 거기엔 마알간 하늘이 있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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