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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영 Nov 10. 2024

주말의 뚱자

 언니를 좋아하게 된 걸까?

"뚱자, 언니, 오빠..."

"오빠, 뚱자, 언니..."

"언니, 오빠, 뚱자..."


언니는 얼굴이 비치는 커다란 사각형의 물체에 손가락을 가리키며 말했어. <뭐라는 거야..> 시큰둥하게 바라보았지. 오빠랑 언니, 그리고 이름이 뚱자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고. 이래 봬도 난 억력이 좋은 편이야. 산책 나왔다가 집에 어디로 가면 빠른 지도 알고 있지.

일요일 아침만 되면 기분이 가라앉기 시작한다고 얘기했던가? 언제나처럼 느지막이 일어난 언니가 내 털을 또 엉망으로 만들면서 인사를 했지. <쫌만 더 해 봐라, 물어버릴 테다> 그르렁거리니 언니가 내 얼굴에서 손을 뗐어. 이상하다. 내가 화날 때까지 만지다가 물리는 게 정상인데 요즘 이 언니.. 전만큼 질척대지 않네?


기지개를 쫙 켜고 나서 운동하는 오빠 앞에 앉았어. 주방에서 맛있는 냄새가 나면 난 최대한 불쌍한 얼굴을 하고 언니의 뒤통수를 뚫어져라 보지. <나를 발견해라 나를 발견해라> 내가 이렇게 쳐다보면 언니는 꼭 먹을 것을 주고 말거든. 오빠한테는 잘 안 먹히는데 언니한테는 아주 잘 먹히는 방법이야. 이렇게 오늘도 달걀과 빵을 얻어먹었으니 성공!


그렇다고 내가 언니한테 마음을 열었냐 하면 그건 아니야. 나는 오빠 옆에 있을 때 이 언니가 내 자리를 비집고 들어오는 게 싫어. 내 머리에 자꾸 뽀뽀하는 거랑 내 발을 손 잡듯이 잡는 것도. 언니는 여전히 내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고 나는 코를 구기면서 싫다고 표현하지. 그런데 요즘엔 내가 이렇게 성질을 내면 오빠까지 "야!" 하고 나를 화난 듯이 부르기 시작했어. 오빠 말이라면 자동 반사적으로 순한 강아지가 되어 버리는 나...


정말이지 기분이 별로군.


오늘도 인간들은 할 일이 많은가 봐. 나는 오빠한테 예쁨 받는 것이 지상 최대의 과제인데 오빠는 그저 운동만 하고 있네. <나 한 번만 봐줘라>


내 마음을 읽었는지 갑자기 언니가 내 옆에 와서 앉았어. 일이 없나? 그럼 등이나 긁어 . 이 언니가 다른 건 몰라도 달걀을 맛있게 만드는 거랑 긁는 개는 잘하더라고.


위에서부터 아래로 부드럽고 일정하게 쓱쓱

"어깨가 많이 뭉치셨네요" 목 뒤도 조물조물

너무 세지도, 약하지도 않은 이 세기가 좋아

아, 아니 배는 만지지 말고 등만 긁으라고!


언니가 손을 쫙 펴면 내 등을 싹 감싸는 느낌이 들어.

언니 손이 등에 올려진 느낌은 무척 따뜻하네.


어.. 어..? 그래.. 귀도 긁어줘.

아 아니 거기 말고 조금 옆에, 어.. 어... 조금 위에..

으으응!! 그래 거기!!! ~시원해 


언니가 갑자기 등을 긁는 것을 멈췄어.


아.. 뭐야..

고개를 들어 위를 보니

핸드폰을 보고 있네.

(얼마 전 나는 인간들이 가장 좋아하는 사각형 물체의 이름이 핸드폰이란 것을 알았어)


얼굴을 파묻듯이 들이밀고 언니에게 계속 만져달라는 표시를 했어. 언니는 환하게 웃으며 내 얼굴 주변의 털을 정리해 주지. 내가 엉덩이를 착 붙이고 만져 달라고 하면 기분이 좋은가 봐. 모습에 나는 조금 안심이 되기도.. 아.. 아니야 계속 만지기나 해.


휴.. 이 언니가 만지는 것도

안 만지는 것도 싫어졌어.


내게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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