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빗질을 하면서 내 눈을 마주치는 순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야. 보통은 해가 지고 나서 이것을 해주는데 오늘은 사과 먹은 지 얼마 안 되어 귀에 약을 넣어주고 빗질을 해 주네. 내가 앞 발로 귀를 계속 긁어서 그런가? 아무튼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서 사과도 세 그릇 먹고 아침부터 오빠랑 눈 마주치는 시간을 가지니 기분이 좋군.
내가 기분 좋으면 하는 행동은 바닥이 몸을 마구 비비는 거야. 나도 모르게 올라오는 흥을 주체할 수가 없지. 이렇게 비비고 나면 머리는 이상하게 뻗치곤 하지만 뭐, 어때? 기쁨은 표현해야 되는 거라고. 음악을 틀어놓고 여기저기로 몸을 흔드는 언니에 비하면 난 그렇게 요란스럽지는 않아. 내 몸만 한 공간만 있으면 얼마든지 더 즐거울 수 있지!
내 나이 9살, 사람 나이로 60대래. 60대면... 나는 어떤 나이지? 엄마는 무릎도 안 좋고 허리도 아프다고 하는데 나는 특별히 아픈 곳은 없어. 심지어 병원도 무서워하지 않지. 병원 앞에 서면 바들바들 떠는 강아지들도 있다는데, 그에 비하면 난 매우 성숙하다고 볼 수 있지.
병원을 무서워하지 않게 된 것은 어렸을 때 경험 덕분이야. 오빠는 나를 데리고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병원에 데리고 갔어. 거기엔 오빠처럼 안경을 쓴 의사 선생님이 있었지. 처음 봤을 때 목소리가 높지 않고 몸동작이 크지 않은 것이 좋았어. 나는 좋은 사람을 알아보는 직감이 발달되어 있지.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는 것을 순간적으로 느낄 수 있었어. 부드럽게 내 등을 쓰다듬는 손길에 어느새 긴장이 풀리더라. 몸에 뾰족한 바늘을 찌르는 것에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어. 더 좋았던 것은 함께 있던 언니들이 나를 엄청 예뻐했다는 거야. 그래서 나는 병원을 좋아해. 날 예뻐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 놀러 가는 느낌이 들거든. 지금도 엄마랑 산책을 나가면 내 발걸음은 병원을 향해서 가고 있지. 그래서 어렸을 때의 기억이 중요하다고 하나 봐.
초코송이였던 나
강아지들은 나빴던 것은 빨리 잊고 좋았던 것만 기억한대. 지금은 그때 그 의사 선생님을 더 이상 만날 수 없지만 가끔 생각 나. 오빠는 그 선생님한테 많은 것을 배웠는데 이를 테면 귀약을 넣고 잘 녹이는 법과 이빨 닦이는 방법 같은 거야. 오빠는 내 이빨을 닦아줄 때 두 번째 손가락을 아랫니와 윗니 사이에 끼우고 어금니부터 닦지. 보기엔 쉬워 보이지만 아무나 하지는 못하는 것인가 봐. 아직까지 내게 이걸 해 주는 사람은 오빠 밖에 없거든. 귀에 약을 넣고 조물조물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야. 가끔은 깜짝 놀랄 만큼 아프거든. 근데 오빠가 이것을 처음에 만난 의사 선생님에게 배웠다고 하니 지금껏 내가 건강하게 살 수 있었던 것이 그 의사 선생님 덕분인 것도 같아.
생각해 보니 내 삶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았네...
오빠를 만나고 나서부터 말이야.
<뚱자의 건강 관리>
양치: 매일 1회
목욕: 매주 1회
심장 사상충 예방 접종: 매 달 1회
광견병 예방 접종: 매 년 1회
코로나 장염 백신: 매 년 1회
기관지염 백신: 매 년 1회
신종 플루: 매 년 1회
종합 백신: 매년 1회
* 심장 사상충: 사상충은 심장 안에 짧게는 15cm, 길게는 30cm까지 수십에서 수백 마리의 성충이 꽉 들어차 있어서 심장과 폐의 기능을 못하도록 하는 기생충. 매년 3월부터 11월까지 빠짐없이 심장 사상충 예방약을 투여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종합 백신: 파보 장염의 예방을 위함. 파보 바이러스는 분변, 타액을 통해 개에서 개에게 전염되는 질병으로 치사율이 91%에 달하기 때문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