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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두막 Jul 22. 2022

철학자처럼 생각하는 법

  내가 기본학교를 다니면서 얻고자 했던 것은 교수님이 생각하는 방식이었다. 수업을 들으면서도 교수님이 강의를 전개하는 걸 자세히 살피면서 그 생각법을 느끼려고 애썼다. 철학자처럼 생각하는 법을 익혀서 내 삶을 변화시키고 싶었다. 

 내가 이해한 철학자처럼 생각하는 법은 ‘경계에 서서 보이는 대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남들이 어떻게 볼까에 신경 쓰지 않고 내가 내 감각과 생각으로 ‘보는 것’이다. 교수님은 이것을 ‘무위’라고 하셨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자기가 자기로 존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감각적 태도에서 지적인 태도로의 상승’이다. 나에게 이 두 가지는 결코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실마리를 잡을 수가 없었다. 실마리를 잡으면 어떻게든 노력해 보겠는데 그러지 못하니 힘을 쓸 수조차 없었다. 

 어쨌든 간절한 마음이 있으면 조금씩이라도 열림이 생기는 것 같다. 지난하고 불가능한 듯 보여도 포기하지만 않으면 깨달음이 온다. 이것은 하버드에서 연구한 ‘공부의 힘’과 연결된다. 다음은 정주영 작가의 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에 나오는 내용이다.      


 “십여 개에 달하는 과학 분야에서 선정한 백여 가지 서로 다른 사례를 훑는 것보다 한 분야, 예를 들면 암의 발병 원인이나 가난 또는 스트레스를 깊게 탐구함으로써 ‘과학자처럼 생각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그것이 하버드 프로젝트 제로의 결론이다. 

 “이제 나의 교육적인 견해를 분명하게 드러내야 할 것 같다. 한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가 우리의 주된 목표여야 한다.”

 순진한 학생들은 정보를 잔뜩 받아들이는 데 강하지만, 전문가들은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해 실제로 남다르게 생각한다. 매캐덤이 도로 한복판에서 4만 킬로미터를 걷고 걸으며 또 생각했던 도로에 대한 ‘깊은 이해’는 모든 세상의 도로를 바꿀 만큼 혁명적인 힘이 되었다. 4만 킬로미터를 걷자 완전 아마추어였던 매캐덤은 세계를 바꿀 단 한 명의 주목할 도로 기술자가 되어 있었다. 가드너가 하버드에서 30년간 집요하게 찾았던 공부의 힘은 바로 이런 것이다.      


 기본학교 6개월간 나는 단 한 가지를 배우고 생각하고 고민했다. 바로 ‘나는 누구인가?’였다. 나는 철저히 고통 받고 고립되고 무시당하고 절망해야했다. 그만큼 나의 착각과 오해와 무지가 두껍게 나를 감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6개월 동안 차단과 몰입을 거듭하면서 나는 서서히 변해갔다. 가드너가 발견한 공부의 힘이 내게도 통하고 있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화두를 품고 아주 지적인 환경 속에 나를 담금질하는 시간이 지나면서 이해가 깊어지기 시작했다. 내 알이 나의 갈망과 교수님의 부리로 조금씩 금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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