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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두막 Jul 22. 2022

신호의 차단과 깊은 몰입

 기본학교는 전라남도 함평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교수님의 부모님께서 사셨던 곳이라고 한다. 교수님이 어릴 적 뛰놀던 곳이라 생각하니 느낌이 새롭다. 고향에 호접몽가를 지으신 이유는 자신의 고유성을 강조하시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내가 사는 곳은 경상북도 경산이다. 나는 기본학교 내내 내 차를 타고 다녔다. 쉬지 않고 달리면 3시간이 걸리는 300키로가 좀 안 되는 거리다. 개인적으로 운전을 많이 힘들어하는 편이다. 하지만 달리 선택지가 없었다. 대중교통은 엄두가 안 났다.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차편도 마땅치 않고 시간도 너무 많이 걸렸다. 그나마 광주까지는 괜찮은데 함평이 문제였다. 광주에서 함평 가는 차편이 찾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기본학교 기간 동안 내 컨디션은 아주 형편없었다. 특히 아픈 무릎에도 불구하고 단행한 고산봉 5시간 등산은 오랫동안 나를 힘들게 했다. 교수님이 강조하시는 체력에서는 낙제다. 

 기본학교 공식 커리큘럼이 끝난 지금도 나는 호접몽가에 매주 간다. 김원 PD님의 음악수업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너무 좋다. 서울 쪽에서 오는 사람들은 기차를 이용하고 나같이 남쪽에서 가는 이들은 고속버스를 이용한다. 나는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차를 몰고 지하철역으로 간다. 나는 임당역을 이용하는데 마침 주차장이 잘 되어 있어서 여기에 주차한다. 지하철을 타고 동대구터미널에 가서 고속버스를 타고 광주터미널로 간다. 여기서 함평까지 시외버스를 타고 가서 함평터미널에서 호접몽가까지는 걸어서 간다. 총 다섯 단계를 거쳐야 도착할 수 있다. 광주에서 함평까지 가는 방법은 내가 알기로 네 가지다. 시외버스, 500번 시내버스, 기차, 그리고 택시다. 택시는 5만원이라 혼자 타기는 많이 부담스럽다. 

 교수님이 기본학교를 서울이 아닌 함평에 연 이유가 있다. 기본학교 전에 여러 교육채널을 운영해보신 결과 진정한 교육의 효과가 있으려면 일상에서의 분리가 필요하다고 느끼셨단다. 일상에서 교육까지의 공간적 시간적 거리가 멀수록 온전한 준비와 깊은 생각이 가능하다. 정주영 작가의 표현으로는 ‘일상의 신호를 차단하고 깊이 몰입하기’이다. 

 나는 이중으로 차단된 상태에서 기본학교를 다녔다. 첫째는 회사에서 받는 여러 부정적 신호로부터의 차단이고, 둘째는 5살과 3살 어린자녀로 분주한 가정으로부터의 차단이다. 경상북도와 전라남도라는 공간적 거리가 이것을 가능하게 했다. 

 수업을 듣는 날은 토요일이고, 일요일에 등산이 있는 날은 숙박을 한다. 주말은 어린이집이 쉬는 날이라 두 아이들은 오롯이 혼자 있는 아내 몫이 되었다. 두 아이를 혼자 보는 것은 정말이지 쉽지 않다. 아내 혼자 있을 때 아이가 갑자기 아프면 여간 걱정되는 게 아니다. 기본학교가 가까이 있었으면 아마 중간에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워낙 멀리 있다 보니 수업을 듣는 나도, 집에 있는 아내도 서로 마음을 내려놓게 된다. 일이 생긴다고 내가 갈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서로 알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단으로 인해 수업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일상으로부터의 철저한 분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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