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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빛노을 Aug 30. 2021

참새와 허수아비는 나의 인생 곡

나의 힐링곡

1982년 제6회 대학가요제 대상 수상 곡이다.

         

          
                나는 나는 외로운
               지푸라기 허수아비
  너는 너는 슬픔도 모르는 노란 참새
            
           들판에 곡식이 익을 때면
                날 찾아 날아온 널
   보내야만 해야 할 슬픈 나의 운명

                         훠이
                         훠이
                       가거라
             산 넘어 멀리멀리

             보내는 나의 심정
             내 님은 아시겠지
         
         석양에 노을이 물들고
       들판에 곡식이 익을 때면
   노란 참새는 날 찾아와 주겠지     

                         훠이
                         훠이
                       가거라
 
              산 넘어 멀리멀리
              보내는 나의 심정
              내 님은 아시겠지


20대 시절, 회사 다닐 때 회식자리에서 여자 대리님이 부른 노래다. 어찌나 절절하게 부르는지, 듣는 순간 내 가슴에 훅 들어왔다. 가사 하나하나에 의미를, 귀에 쏙쏙 들어오게 구성지게 부르 올드미스의 참새와 허수아비.


그 후 2번을 더 들을 수 있었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찌릿찌릿했다. 직접 듣지는 못했는데 건너 들은 얘기로는 그 대리에게는 처절한 실연의 아픔이 있었다고 한다.


죽을 만큼 힘든 일을 겪은 사람한테 나는 향기, 나는 그 향기가 너무 좋다. 지금껏 그 대리님만큼 심금을 울리는 참새와 허수아비를 들어본 적이 없다. 무엇이든 해석의 차이는 극명하다. 그 노래를 자기만의 해석으로  귀깔나게 불러준 그분이, 가끔은 보고 싶다.


이혼 후 많이 힘들 때면 나만의 해석으로 혼자서 부르곤 했다. [나는 나는 외로운]에서 부터, 뭔가가 밀려온다.


[지푸라기 허수아비] 그냥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나 자신 같아서


[너는 너는 슬픔도 모르는 노란~ 참새]   기댈 때 없는  삶 무게 때문에, 철없어 보이는 참새가 신기하게 느껴져서


[들판에 곡식이 익을 때면 날  날아온 널 보내야만 해야 할 슬픈 나의 운명]

줄 수 있을 땐, 내가 많은 걸 가진 줄 알았다. 아무것도 줄 수 없을 , 난 혼자였다.


[훠이 훠이 가거라 산 넘어 멀리멀리] 

 떠나 간대도 난 괜찮아 괜찮아.


[보내는 나의 심정 내 님은 시겠지]

 내게 있어 내 님은, 고2 때 돌아가신 아버지 이기도 했고, 34살에 급성 백혈병으로 돌아가신 울 오빠이기도 했다.


[석양에 노을이 물들고 들판에 곡식이 익을 때면 노란 참새는 날 아와 주겠지]

언젠가는 내게도 덜 힘들 때가 있겠지, 라는 마음으로 혼자서 눈물 흘리며 부르곤 했 나의 인생 곡. 


부르고 나면 왜 그렇게 속이 후련한지, 일 년에 한두 번쯤 혼술하면서 불렀든거 같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스스로 질문을 해본다. 나답게 살아야겠다 생각하는데, 나다운 건 뭘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단어가 핵심 키워드다. 매사에 그만하기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자주 하는 편이다.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칠 때 기다림을 배운다. 


건강도 좋고 다이어트도 좋지만, 마음의 근력이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마음의 근력은 겉으론 잘 드러나지 않지만, 위기가 닥치면 오뚝이처럼 잘 이겨낸다. 나는 사람 냄새나는 삶, 더불어 가는 삶을 살고 싶고, 조금 손해 보며 살고 싶다.


그런 마음을 먹다가도, 외로워서 밤새 베갯잇을 적히며 울기도 했었지만, 적당히 외로운 건 자생력을 기르는데 원초적인 힘 되는 것 같다. 이혼하고 혼자서 자식 셋을 키우는데, 보통 마음으로는 쉽지 않다.


원망은 버렸다. 아무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루를 후회 없이 살아내면, 언젠가는 옛말 하겠지, 라는 마음으로 살았다.

살면서 꼭 하고 싶은 건 자서전을 쓰고 싶었고. 60세 이후에는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강사가 되고 싶은 게 바람이다. 하지만 내가 즐겁지 않으면, 언제든 그만 해야 한다는 것 또한 나의 바람이다.


하고 싶은 걸 즐겁게 하면서 살고 싶다.

그리고, 가끔은 술 한잔 하면서 참새와 허수아비도 부르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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