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부터 간헐적 단식을 하고 있다. 보통 하루 24시간 중 8시간동안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16시간 공복을 유지하는 것을 간헐적 단식이라 한다. 공복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체내 노폐물이 빠져나갈 시간이 많아지고 위가 쉴 시간을 줄 수 있다 한다.
간헐적 단식은 공복 16시간만 잘 지키면 되어서 저녁을 6시쯤 먹고 아침을 먹지 않는 사람들도 많은 듯 하다. 내 경우는 아침에 딸기잼을 듬뿍 넣은 요거트를 먹는 것이 낙이어서 오후 4시부터 오전 8까지 공복을 목표로 삼았다. 물론 당연히도 이는 말처럼 쉽지 않다. 일단 음주데이인 금요일은 뭔가를 먹게 되고, 주말에 가족 외식이나 약속이 있으면 정없는 인간처럼 보일까봐 무언가를 입에 넣고 있다. 그러다보니 주 7일중 4회만 간헐적 단식을 하게된다. 주 4회도 철저한 간헐적 단식은 하지 못한다. 아이들 저녁 차리다 고기가 익었나 한점 먹고 잘모르겠어서 또 한점 먹고, 맛있어서 또 한점 먹는다. 그래도 간헐적 단식을 시작했다는 데 의의를 두고있다.
이런 식습관을 시작한 제 1 목표는 다이어트이다. 나이드니 살이 쉬이 찌고 잘 빠지진 않는다. 하루 만보이상 걷고 필라테스를 해도 안빠진다. 너무 화가나 맘먹고 오전엔 요거트, 점심은 샐러드, 저녁은 단백질 쉐이크를 먹어보기도 했다. 처음엔 체중계 숫자가 작아지니 신나다가 점점 신경질이 나서 내 사랑스러운 새끼들만 잡을 뻔 했다. 내가 무슨 영화를 보자고 이렇게 다이어트를 하나 싶어 때려치웠다. 못먹어서 짜증만 나고 체중계 숫자는 매정했다.
다이어트라는 제 1목표를 기준으로 본다면 간헐적 단식의 2주동안의 효과는 아직 미미하다. 체중계 숫자는 조금 줄어들긴 했지만 얼마든지 금방 돌아갈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아주 만족스럽게 간헐적 단식을 하고 있고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계속 하고 싶다.
간헐적 단식의 가장 큰 장점은 8시간 동안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한도끝도 없이 먹어도 되는지 살짝 의심이 되지만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매끼 아주 만족스럽게 먹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딸기잼과 견과류를 듬뿍 넣은 요거트를 시원한 아이스커피와 함께 먹는다. 이 메뉴는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오전 운동후 샤워를 하고 티비를 켜고 점심을 먹는다. 점심 메뉴는 매번 바뀌는데 매번 만족스럽고 너무너무 즐겁다. 다이어트 해야하는데 라는 혼자만의 압박으로 그전에는 많이 먹지 않던, 약속있을때나 먹던 파스타, 라면, 김치만두, 떡볶이, 순대볶음, 감자탕 등의 메뉴를 돌려가며 골고루 먹고있다. 후식도 먹는다. 티비 앞에 앉아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내 모습은 딱 행복한 돼지의 모습이지만 ‘행복한’에 더 밑줄을 긋고 싶다. 4시가 되기 전 서둘러 아이스 라떼를 한잔 마시는 것으로 하루의 만찬을 마친다. 8시간동안 행복한 만찬을 하니 사실 그 이후의 시간에 그렇게 배고프거나 무얼 먹고싶거나 하진 않다. 또 이렇게 푸지게 먹으면 나도 모르는 죄책감에 시달릴텐데 16시간의 단식은 뭔가 면죄부를 얻은 느낌이다. 내일 또 먹어도 될 것 같은 느낌.
이렇게 먹어서 사실 간헐적 단식의 부작용으로 증량을 하게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체중이 예전과 비슷하다. 다이어트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지만 간헐적 단식으로 오히려 먹는 즐거움에 눈뜨게 되었다. 매일 내일 점심은 뭘 먹을까 설레는 고민을 한다. 한동안 티비에서 소식좌들이 나와 나도 그들처럼 되어 보려 노력했지만….사람은 타고난 대로 살아야하는가보다. 간헐적 단식은 나에게 다이어트 대신 행복감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