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일

by 김삼일

할머니는 시장에서 한복가게를 하시고 할아버지는 거의 매일을 화투치러 나가셨다 돈떨어지면 돌아오는 집에서 자란 내 동생이 하루는 친구 집에 놀러갔다 놀라서 돌아왔다. “아 글쎄 할아버지가 출근을 하시지 뭐야.”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신 친구의 할아버지가 일하러 나가시는 모습이 너무너무 낯설었단다. 웃으며 들었지만 나에게도 놀라운 일이었다. 외할아버지는 엄마 20살경 돌아가셔서 뵌적이 없었고, 친할아버지가 일하는 모습은 본적 없는 우리에게 일하는 할아버지라는 개념은 생소하고 충격적이었다. 어린이에게 어린시절의 가정은 세상의 전부이다. 세상의 잣대를 알지 못한채 가정에서 겪는 일들이 당연한 일, 의례 그런 일들로 각인되었고 그 세상을 살았다. 내 세상과 다른 세상은 언제나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에게 충격적인 일은 초콜렛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고등학교 때인가 친구와 이야기 하다가 친구가 “나 초콜렛 안 좋아해. 단거 싫어하거든.” 이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데 정말 충격적이었다. 내 나이 17세에 단 것을 싫어하는 사람을, 초콜렛을 싫어하는 사람을 처음 본 거였다. 그전까진 단 건 몸에 좋지 않으니까, 살찌니까 다들 좋아하지만 어쩔 수 없이 참아야 하는 건줄 알았다. 사람들이 다 나처럼 단 거 짠 거 좋아하는 줄 알았다.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날 때의 충격.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일이 벌어진 순간이었다.


세상에는 일을 하는 할아버지도, 일하지 않는 할아버지도 있다. 단 걸 좋아하는 사람도, 단 걸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항상 나만 알고 내 가족만 알고 내가 만난 사람들만 안다. 그것이 나의 세계의 전부이다. 하지만 내가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 중 또 어떤 사람들이 나를 충격에 빠뜨릴지, 나의 세계를 넓혀줄지 기대된다.


ps 최근에 겪은 또하나의 충격은 민트색을 촌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었다. 켁 나 민트색 좋아해서 브런치 배경도 민트색쓰는데. 민트색 촌스러워서 크림색 샀다고 말하는 친구 앞에서 민트색 좋아한다고 차마 밝히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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