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운완

by 김삼일

요즘 좋아하는 단어는 오운완, 오늘 운동 완료 이다.

수금에는 필라테스에 다니고 화목에는 동네 공원을 두바퀴 걷는다. 별다른 일이 없을 땐 이 운동일정을 지키려 노력한다.


아이들을 학교와 유치원에 보내고 9시부터 12시까지의 3시간의 달콤한 자유시간동안 운동을 간다는 것은 초인적인 의지를 발휘해야 하는 일이다. 전형적인 I형 인간인 나는 밖에 나가지 못해 답답하거나 돌아다니고 싶다는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는 타고난 집순이이다. 항상 침대에 조금 더 늘어져 있고 싶고, 유튜브를 보고 싶고, 그냥 핸드폰을 손에 쥔 채로 방전되고 싶다. 유치원 등원 길에 계속 “엄마 오늘 너무 운동가기 싫다, 오늘 운동 쨀까?” 하며 6살 아이에게 투정을 부리곤 한다. 아이는 때론 오늘은 쉬라고 해주기도 하고, 때로는 ‘힘들어도 해야죠.’ 하는 의젓한 대답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하기 싫은 운동도 하고 난 후에는 ‘오늘 운동 괜히 했네. 집에서 쉴걸...’ 하고 생각해 본적은 없다. 하고나면 숙제를 끝낸 것처럼 개운하다. 오늘 할 일을 다했네 하는 마음에 스스로 뿌듯하고 말그대로 ‘오운완!‘ 이라고 달력에 체크를 하고 싶다.


여름방학동안, 또 아이가 코로나에 걸려 격리를 하는 동안 운동을 한달 가까이 쉬었다. 운동을 쉬니 몸이 참 편했다. 운동을 쉴 핑계가 생겨 좋았다. 하지만 알 수 없는 내 몸에 대한 죄책감들이 차곡차곡 쌓인다. 이러면 안되는데 하는 알 수 없는 불안감. 격리가 끝나고 공원을 걸을 때의 상쾌함을 아직도 기억한다. 제법 시원해진 공기, 오랜만에 걸어 약간 시큰거리는 무릎조차 아프지 않고 뭔가 대견해진다.


일년동안 필라테스를 하고 꾸준히 걷기를 한 덕인지, 아님 간헐적으로 하고 있는 간헐적 단식 덕분인지, 얼마전에서 한 건강검진에서 다행히 허리둘레가 5cm 줄었고, 체지방도 2kg 빠졌다. 아직도 몸짱이 되기는 힘든, 그저 덩치 큰 아줌마 이지만 하루에 나를 위해 이 시간을 쓴다는 것, 하기 싫은 일이지만 몸에 좋은 일을 한다는 것에 우쭈쭈 해주고 싶은 기분이다.


최근엔 오전 운동과 더불어 아이들이 티비보는 30분동안 폼롤러 스트레칭 이라는 새로운 운동 일정을 오후에 추가했다. 나 이렇게 운동 많이해도 괜찮은가 괜시리 걱정된다. 언제까지 이 일과들을 해나갈 수 있을지, 내일 당장 무너질 수 있는 모래성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다. 하지만 시작하고 꾸준히 해나가는 나를 응원해주고 싶다. 나를 위해 시간을 보내는 나를 쓰다듬어주고 싶다.


오늘 하루의 점이 모여 은하수가 된다는 말을 믿는다. 별 거 아닌 사소한 운동이지만 쌓이고 쌓여 나의 근육이 되고 나의 기운이 되고 나의 정신이 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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