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학년 1학기 수학

by 김삼일


시작하기 전에 또한번 숨을 골랐다. 흥분하지 말자. 천천히 하자. 상냥하게 말하자. 소리치지 말자. 이성을 잃지 말자.


공부만 하기 보다는 잘놀고 잘 웃고 행복한 아이로 자라길 바랬다. 공부공부공부 하는 엄마들을 보면서 속으로 혀를 끌끌찼다. 나는 저렇게는 아이를 키우지 않을 거야 다짐했다. 공부보다 중요한 게 세상에 얼마나 많은데 어쩌면 저렇게 공부에 목숨을 멜까. 명문대를 나와도 취직을 못하고 부모에게 손벌리는 주변인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은 확고해졌다. 무엇을 위한 공부일까. 현재를 행복하게 사는게 중요하지.


어렵게 가진 아이는 모든 면에서 느렸다. 목가누기, 기기, 걷기, 말하기..평균이라 일컬어지는 시간이 다가올 때면 조바심이 났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번엔 언제쯤 하게 될까.,,’이제 좀 걸어야지, 니 친구들 다 걷는다’ 며 돌쟁이 아들을 타박하는 티비 속 연예인을 힐난하면서도 막상 내 아이의 걸음이 느릴 땐 소리없는 비난, 답답함, 갑갑함으로 머리가 하얘졌다.


50000개의 성냥개비를 한 상자에 1000개씩 담으려고 합니다. 상자는 모두 몇 개 필요할까요? 아이는 5라고 적어놓았다. 그래. 어렵지. 어려운 문제야. 어른인 나도 헷갈리는 문제야. 스스로를 다독이며 차분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1000개를 한상자에 담으면 몇 개가 될까? 1000개. 그렇지. 1000개를 2상자에 담으면 몇 개가 될까? 2000개. 그렇지. 어이구 우리 아들 잘한다. 1000개를 10상자에 담으면 어떻게 될까? 10000개. 그래 맞아. 그럼 1000개를 11상자에 담으면 어떻게 될까? …..1001개?...아이의 눈이 점점 흔들리기 시작했다. 숫자가 커질수록 아이는 커다란 산을 만난 표정이었다.


공부가 길어질수록 아이의 오답률도 높아져갔다. 30000은 30의 몇배인가요? 8배? 9배? 아 맞다맞다 5배….아이는 이제 생각나는 대로 툭툭 답을 던졌다. 생각 좀 하고 말하랬지? 엄마가 언제까지 도와줘야해? 그만해 그만! 나의 목소리도 커져만 갔다. 브루스가 헐크로 변해가는 것처럼 나도 변해갔다. 나의 목소리는 왜 이리 큰거지. 난 왜 오늘도 이성을 잃은 거지. 지금 소리내는 나는 아이 들으라고 소리를 내는 건가, 방에서 자는 남편 들으라고 소리를 내는 건가. 조곤조곤한 엄마, 자애로운 엄마, 아이를 이해하는 엄마는 대체 어떻게 될 수 있는건가. 수학 가르치면서 화나면 친자 맞다던데 얘는 애 친자 맞구나.


돌아서면 아이에 대한 미안함으로 눈물이 찔끔 나온다. 사실 아직 어린데, 몰라서 그런건데, 어려운거 맞는 건데. 그 순간 나는 또 왜 못참았을까 하는 자책에 또 한번 마음이 답답해진다. 내일은 소리치지 않을 수 있겠지. 매일매일이 다짐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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