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
'아즈망가 대왕'이라는 일본 만화의 '수학여행' 편에서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노는 걸 얕보지 마라! 모르는 곳에서 한정된 시간 안에 잘 노는건 어렵단 말이다. 이중 몇명에겐 후회가 남는 수학여행으로 끝나겠지.]
명대사다. 실제로 노는 걸 좋아하지만, 노는게, 잘노는 게 정말 어렵다고 생각한다. 후회가 남지 않는 놀이, 후회가 남지 않게 즐겁게 놀면서 시간 보내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놀다보면 시시해지고, 뭐 이거하자고 이렇게 시간을 보냈나 싶기도 하고, 남들이 더 잘노는거 같아 괜시리 주눅 들기도 하고....
공부엔 가이드라인이, 남들이 규격화해놓은 절차들이 있지만, 놀이는 특별한 가이드 라인이 없다. 잘 놀기란 얼마나 어려운지. 나는 이른바 공부가 더 쉬웠어요 유형의 사람이다. 그렇다고 공부를 잘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아니지만 일정한 틀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사람이랄까.
생일이나 기념일이 오면 나혼자 조용히 스트레스 받는다. 뭘 해야하지, 아무것도 안해도 되긴 하는데, 아무것도 안하긴 아쉽고, 즐겁게 보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즐거울지, 즐겁게 시간을 보내려면 시간과 돈이 필요하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보들이 필요한데 이 정보들을 모으다가고 이게 재미없으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도 있고....이렇게 혼자만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며칠을 핸드폰 검색으로 시간을 보내며, 거의 대부분은 별거 안하거나, 그동안 해오던 루틴적인 일상을 보내곤 한다.
하지만 기념일이나 즐거운 날에 나름 준비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파티풍선이다. 일단 다이소나 플라잉 타이거 같은 곳에서 파는 파티풍선의 가격은 1000원~5000원, 비싸도 10000원 미만으로 가격 면에서 큰 부담이 가질 않는다. 또 파티풍선을 사러가서 고르는 순간 즐거움이 시작된다. 알록달록한 색깔의 파티풍선들이 진열된 곳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재밌다. 무엇이 우리의 테마에 어울릴까, 어떤 풍선을 내가, 나의 가족들이 좋아할까 고민하며 신중히 고르고 기타 등등의 쓸데없는 물건들을 사는 이 과정 자체를 즐긴다.
파티풍선을 부는 과정은 조금은 힘들지만 그 힘듦이 웃기고 신나는 과정이다. 동봉된 빨대를 구멍에 넣고 불면 풍선이 부풀어올라 형체를 갖게 되는 과정이 짠 하고 한번에 이루어지는 걸 보는게 신난다. 기타 다른 풍선들을, 어딘가에 있을 풍선 불기 도구를 찾다가 결국은 꼭 못찾고 입으로 분다. 얼굴이 빨개지고 숨이 턱턱막히는 풍선불기의 과정. 애들이 자기들도 해보겠다고 나섰다가 조금 해보곤 이내 포기하고 옆에서 풍선싸움을 하는 동안 홀로 고독하게 앉아 풍선과 씨름하는 과정. 결국 조용히 하라고 신경질내고 마저 풍선을 다 불었을 때 마지못해 엄마 최고를 외쳐주는 아이들 옆에서 혼자 기진맥진해져서 조용히 뿌듯함을 느끼는 그 과정.
오히려 풍선을 대롱대롱 매달고 축하노래를 부르는, 파티의 본식은 빨리 지나간다.
그 후 게으름을 핑계로 며칠동안 더 걸려있는 풍선들을 이리 치고 저리 치는 과정들..
요즘 기념일들을, 파티를 즐기는 과정이다. 별것 아닌것 같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뭔가 파티피플인듯한 기분을 느끼는 이 일련의 과정들을 즐기고 기억하려 한다. 새로운 풍선을 살때의 즐거움을 기억하려한다. 사실 즐겁게 놀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 어려운 일 속 작은 기쁨을 찾은 것에 스스로 뿌듯해하며 다음 파티 풍선을 준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