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

by 김삼일

책의 물성 자체를 좋아한다. 단단한 표지, 표지에 그려진 책을 대표하는 이미지와 그림, 스르륵 넘어가는 책장, 사각사각한 종이소리.


책이 많은 곳에 가면 웬지 두근거린다. 다 읽지도 못할 책이지만 보기만 해도 내것이 되는 것 마냥 흡족한 마음. 하나씩 하나씩 읽다보면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서툴어서,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즐거우면서도 때로 어색해서 책을 좋아했었고, 좋아하는건가 생각한다. 적어도 책은 편안하니까. 책은 일방적으로 말을 걸어주니까. 책 속에 가려져 있으면 나를 드러내지 않아도 되니까.


어릴적부터 책 속에 자주 숨었다. 무슨말을 해야할지 몰라서, 혼자인걸 들키고 싶지 않아서. 책을 읽다보면 받는 어른들의 칭찬에 또 책에 빠져들고, 책이 주는 이야기의 힘에 또 빨려들어가곤 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 생활을 하며 사는게 바빠서, 책 말고 다른 놀이감들이 많이 생겨서 책을 자주 보지 않는 시기도 있었다. 그 시기도 나름대로 즐거웠다.


아이를 낳고 생긴 불안한 마음, 걱정되는 마음을 내쏟을 곳이 없었다. 육아책에 집착했다. 육아서에 매달렸다. 막막하고 깜깜한 육아를 책이라면 알려줄것 같았다. 밤새 자지않고 울어대는 아이를 옆에 두고 아이 재우는 방법을 책에서 찾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없어서, 너무 불안해서, 너무 걱정되어서 책에 매달렸다. 지치고 피로한 몸보다, 마음이 더 피폐해져있었다. 처음 가는 길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


시중의 유명한 육아서들을 어느정도 읽었다 싶을 즈음, 에세이에 빠졌다. 사람들이 들려주는 각자의 사는 이야기들에 빨려들어갔다. 사람을 만나고 접할 수 없는 환경에서 에세이들은 나에게 세상을 열어주는 문이었다. 다들 이렇게 살고 있구나. 이런 걸 좋아하고, 이런 걸 견디면서, 이렇게 마음을 다스리며 살고 있구나를 알려주는 열쇠였다.


요즘은 소설이 재밌다. 다양한 사건과 사고들. 그 사건들을 풀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는게 재밌다.


여러번 읽을 책들은 사기도 하지만, 꽉 찬 책장을 감당할 수 없어 이주일에 한번 도서관에 간다. 아이들의 영어책을 빌리고, 나의 책들을 빌린다. 아이들책 18권, 나의 책 6권을 빌려 집으로 돌아가는 날에는 마음이 설레인다. 이번엔 어떤 책일까. 도서관 주차장에 차를 들이면서 설렘은 시작된다. 어떤 책을 빌려갈까. 도서관 책장을 훑어보다가 빌리고 싶던 책을 만났을 때의 기쁨, 그저 표지가 예뻐서 빌렸는데 책의 내용도 너무 좋을때의 벅참. 책이 나란히 꽂혀있는 모습을 볼때부터 설렘이 시작된다. 위로를 빌려주는 곳, 설렘을 가르쳐주는 곳. 공간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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