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는 아이를 어떻게 국제학교에 적응시킬까?
버디를 만나다
첫날 등교 후 아이를 학교에서 픽업하고 버스를 탔는데 우리 아이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의 짝꿍이었다. 얼굴도 하얗고 예쁘장한 친구가 자리까지 우리 쪽으로 옮기며 말을 거는 등 우리 아이한테는 없는 사교성까지 있었다. 그 친구는 일본 아이였는데 영어발음도 원어민 수준이었다. 아이 말로는 그 친구가 아이의 버디라고 한다.
버디란? 국제학교에서 새로 온 친구를 밀착해서 도와주는 친구
앞으로 이 친구의 도움을 받게 될 거라는 생각에 그 친구가 더 친근하고 든든하게 느껴졌다. 수업뿐 아니라 전반적인 학교 생활에서 도움을 받는 듯했다.
학기 초반에는 아이가 영어소통의 어려움으로 수업내용을 따라가기 힘들어했다. 한 달 가까이는 학교에 다녀오면 풀이 죽어 있었고 기운이 없어 보여서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수업에 적응해 가는 아이를 보면서 기특했고 이렇게 적응하는 데 있어서 1등 공신은 그 버디 친구라고 말하고 싶다.
학교 수업에서 짝활동도 많고 모둠활동이 많았는데 버디는 언제나 아이에게 쉽게 설명해 주었다. 담임 선생님께서 Seesaw라는 앱에 사진을 공유해 주시면 아이의 학습결과물을 볼 수 있는데 짝활동이나 모둠활동 결과물에는 언제나 버디의 터치가 많이 들어가 있었다. 나는 이러다가 버디의 학습에 영향이 생기는 거 아닌가 은근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 후 며칠이 안돼서 버디가 전체 Asssembly 시간에 '이달의 친구'라는 표창장을 교장선생님께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너무 기뻤고 학교에서 그 아이를 칭찬해 주시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한 두 달이 지나며 아이는 학교에 점점 적응했고 그즈음 짝꿍이 바뀌어 버디와도 따로 앉게 되었다. 아이는 점차 버디 외에 다른 아이들과도 친해지기 시작했다.
우리 아이는 축구를 많이 좋아하는 아이다. 학교에서는 중간놀이 20분, 점심시간 30분 동안 GYM이나 야외축구장에서 운동을 할 수 있는데 아이는 항상 야외 축구장에서 하는 축구에 관심을 갖는다. 주로 G5인 한 살 형들이 대부분 뛰는 축구장에서 형들이 공격을 안 시켜주니 방어만 주구장창하며 버티다 축구장에서 드디어 한몫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가 축구를 하면서 학교를 더 즐거워 하기 시작했고 형들이 자신을 수비로 서로 데려가려 한다고 자랑도 했다. 나는 아이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했고 안심도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 엄마, 버디가 나한테 점심시간에 나가지 말라면서 must라고 말했어요 자기랑 교실에서 놀재요, "
"뭐?? 그래서 뭐라고 했어?"
"알겠다고 했어요."
"너는 진짜 축구 안 하고 버디랑 교실에 있고 싶어?"
"나는 축구해도 되고 그 친구랑 놀아도 돼요."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머리가 아팠다. 그동안 잘 도와줘서 고마운 친구였는데 아이가 그렇게 즐거워하는 축구를 못하게 하고 자신이랑만 놀자니....
그 친구는 축구를 안 좋아하는 아이긴 했다.
하지만 보통 여자아이들끼리는 단짝친구가 자신이랑 안 놀아주면 학교생활이 힘들 정도로 타격이 크기도 하지만 남자아이들은 이런 일이 드물다.
나는 일단 아이에게 이렇게 타일렀다.
"네가 축구 나가고 싶으면 나가. 근데 나가기 전에 그 친구에게 너도 같이 갈래? 하고 꼭 물어봐."
이 정도로만 아이에게 이야기한 후 더 지켜보기로 했다.
다음부터 아이는 학교에서 버디와 놀기도 하고 축구를 하기도 했는데 확실히 축구하는 시간이 줄어들기는 했다.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는 축구 횟수가 주는 만큼 다른 아이와 또 배드민턴을 하기 시작했다. 배드민턴도 좋은 운동 중 하나니 새 배드민턴을 주문해 주기도 했다. 배드민턴을 좋아하는 그 친구와 배드민턴 친구뿐 아니라 주말에 학교행사에서 우연히 만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는 서로를 좋아하며 '베스트 프렌드'라고 부르기도 했다
친구들과의 플레이데이트
여기서는 친구들과 따로 시간약속을 잡아 만나는 것을 '플레이데이트'라고 부른다. 2주 간의 짧은 겨울방학이 다가오며 그동안 친해졌던 친구들과 방학을 이용해 플레이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아이의 새로운 베스트 프렌드 친구, 베프는 호주에서 온 친구였다. 호주에서 온 친구지만 부모님은 인도 분이시다. 그 친구는 엄마에게 우리 아이와 방학 때 만나고 싶다고 하여 친구의 엄마는 따로 왓챕으로 연락을 해오셨다. 아이들 학습발표회 때 인사도 하고 이야기도 나눈 적 있는 분이었는데 성격도 온화하시고 대화하며 차분한 말투에 좋은 인상을 받았다.
베프의 엄마는 워킹맘이셨는데 방학을 이용해 우리 아이와 함께 놀러 갈 스케줄을 미리 짜셔서 함께 할 수 있냐고 물어오셨다. 베프 형의 생일, 교회 크리스마스 행사에 초대받고 다니시는 회사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다양한 싱가포르 랜드마크 입장료를 우리와 함께 사용하러 가자고 하셨다.
베프 형의 생일에서는 Lazer Tag라는 레이저 총경기를 하고 교회 크리스마스 행사에서는 다양한 캐럴 공연뿐 아니라 미니 칼림바를 선물로 받았다. 센토사섬의 루지를 타러 함께 가고 1.1 신년 불꽃축제도 함께 했다.(개인적으로 불꽃 축제는 너무 많은 인파로 이태원 압사사고가 생각나서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았다....) 또 가든스 바이더 베이의 유료 정원 입장권도 함께 제공해 주셔서 너무 예쁜 정원을 구경하고 왔다.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 주셔서 나도 아이를 집에 초대하여 놀게 하기도 하고 식사대접을 하기도 했다.
지금도 베프와는 토요일마다 축구클럽에 가서 수업을 하며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티격태격하거나 서로 멀어질 때도 있지만 심성이 둘 다 곱고 장난기가 가득한 두 친구는 서로 아프면 보건실에 데려다주기도 한다. 소풍에 가거나 학교행사에 용돈을 안 가져오면 서로 사주기도 하는 등 그들만의 끈끈한 우정을 보인다.
하지만 아이의 교우관계에 다른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건 두 번째 학기가 시작되고 나서였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교우관계 2가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