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는 아이를 국제학교에 어떻게 적응시킬까?
방과 후 수업은 한국을 따라올 곳이 없다.
국제학교는 하교시간이 보통 3-4시 사이이지만 싱가포르 로컬 초등학교는 1-2시 사이에 수업이 끝이 난다. 이곳은 동남아 국가이므로 아침 일찍 7-8시 사이에 수업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일찍 하교하는 아이들은 보통 우리나라처럼 학원에 가서 공부를 한다. 대부분의 싱가포르 엄마들은 워킹맘이지만 헬퍼(도우미)를 고용하므로 집에는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있다. 하지만 높은 교육열로 방과 후에 다양한 사교육을 하게 되고 집으로 가정교사가 와서 가르치기도 한다.
우리 아이가 다니는 국제학교는 하교시간이 4시이다. 그리고 학기 중에 방과 후 활동인 ASA(After-School Activities)를 운영하는데 아이 학교의 방과 후 프로그램은 월-목 주 4회 운영되고 요일마다 프로그램이 아래처럼 다르게 운영된다.
그동안 아이에게 한국에서 해왔던 태권도나 바이올린 등의 예체능 활동을 다시 시작할 것을 권해봤으나 학교 적응 초기 하교하면 피곤해하는 아이를 너무 힘들게 하는 것 같아서 그만두었다. 하지만 이번 겨울방학 때 다시 아이에게 ASA 시간표를 보여주면서 하고 싶은 활동이 없냐 물어보니 수영에 관심이 있다고 했다!!
유레카!! 를 외치면서 바로 수영수업에 등록을 했다. 아이가 싱가포르 오자마자 친해진 같은 학교 형이 있는데 그 형이 학교 Swim Squd 소속이었다. 형이 학교대표 수영 선수로 각종 시합에 나가 상도 받고 연습을 새벽같이 가서 하는 것을 보고 감사하게도 아이에게 의지가 생긴 것 같다. 그동안 체력 단련할 스포츠를 찾고 있었는데 날도 더운 이곳에서 수영은 가장 좋은 운동이라고 생각이 들었었다. 아이가 수영 방과 후 수업을 듣고 Swm Squd에 소속이 되어 너무도 기뻤다.
아이 학교의 ASA의 프로그램은 요일별로 다른데 초, 중등 합쳐서 총 20개의 방과 후 수업이 있다.
운동: 축구, 농구, 주짓수, 배드민턴, 배구, 치어리딩, 힙합댄스, Climbing, K-pop dance, 수영
학습: 수학 올림피아드, 체스, 스페인어, 프랑스어, 중국어, 창작글쓰기 및 스피킹
예술, 과학: 코딩, 미술, 학교 밴드부, 연극
특히 운동, 취미에 관한 수업이 많은데 학교생활에 충실한 아이들은 학습적인 방과 후 수업보다 체력을 다지거나 취미생활을 할 수 있는 수업을 많이 원하는 것 같다. 또 제2외국어 방과 후 수업이 다양하게 있어서 좋았다. 중국어 반은 심화반으로 싱가포르 공용어 중 하나가 중국어이기 때문에 중국어가 모국어인 아이들을 제외하고 다른 학생들도 중국어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또 방과 후 수업은 아이들이 연말에 공연하는 Talent show를 준비하기가 좋다. 물론 신청자를 받아서 하는 공연이지만 아이들은 저마다 갈고닦은 다양한 재능을 학기 말에 뽐낼 기회가 있다. 공부 이외에도 아이들이 무대에 서는 경험을 많이 주고자 하는 학교의 교육적인 의도가 느껴졌다.
우리 아이도 태권도복을 입혀서 품새라도 하라고 했으나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는 다음 기회에 다시 생각해 볼 것을 다짐했다. 나중에 학교에서 공유해 준 사진을 보니 아이들이 주로 노래, 치어리딩, K-pop댄스 공연, 연극 등을 했고 공연하는 내내 표정이 행복해 보여 보기가 너무 좋았다.
Swim squda에 소속된 지 얼마 안 됐을 무렵 벌써 인근 3개의 국제학교와 함께 친선 수영경기를 열었다. 주최하는 곳이 우리 학교라서 아이는 첫 경기를 편안하게 참여할 수 있었다. 아이가 참여한 경기는 자유형 25미터, 평형 50미터였는데 첫 경기라 만족할 만큼의 기록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출발도 잘하고 실수 없이 경기를 잘 마쳐서 무한 칭찬을 해주었다.
아이가 대회출전을 위해 하교 후에도 콘도 수영장에서 추가 연습을 하고 준비를 많이 하는 듯 보였다. 뭐든지 의지를 가지고 하려는 아이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졌다. 비록 방과 후 수업이지만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 보고 실패도 해보는 아이의 경험이 소중하고 값지게 느껴졌다.
아이는 이외에도 토요일마다 베스트프렌드와 함께 축구수업을 간다. 싱가포르는 더운 나라임에도 11-12시처럼 뜨거운 시간에 야외 운동을 한다. 물론 주로 수영을 하지만 축구처럼 야외운동을 하면서 더운 날씨에도 적응하고 체력을 기른다. 토요일 아침이라 피곤해서 안 간다고 할 것 같은데 축구 클럽 코치들이 수업을 재밌게 진행하고 다양한 기술을 재미있게 가르쳐주어 그런지 1시간동안 열심히 참여한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체력도 기르지만 친구들과의 협동도 배우고 더운 날씨를 이겨내는 인내심도 배운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생활화하고 아이들의 체력증진에 신경을 많이 쓰는 싱가포르 분위기가 너무 바람직하게 느껴진다.
비록 우리 아이는 사교육을 축구수업 외에 따로 하지는 않으나 처음 싱가포르에 도착하고 아이의 영어실력이 걱정이 되어 영어 사교육을 알아보기도 했었다. 주변 한국 엄마들이에게 공유받고 인터넷으로도 알아본 곳이 여러 곳 있었는데 직접 센터로 가서 공부하는 오프라인 학습과 집에서 온라인으로 공부하는 것도 추천받았다.
우리나라에 있던 구몬학습이 싱가포르에서도 대중화되어 있는데 구몬은 알고 보니 일본 회사였다. 이곳에 와서 이것 때문에 적잖이 놀라기도 했었는데 싱가포르 구몬은 주로 아이들이 센터에 가서 영어와 수학공부를 주 1-2회 하게 된다. 주변에 아이를 구몬에 보내는 엄마들이 있었는데 난이도가 크게 어렵지 않고 연산이나 기본학습을 탄탄히 하는 부분에 중점을 둔다고 했다.
러닝센터는 다양한 브랜드가 있다. 싱가포르는 공교육뿐 아니라 사교육도 매우 발달한 나라라서 영어, 수학 외에도 6학년 때 실시하게 되는 싱가포르의 수능 PSLE를 따로 준비하는 학원도 많다. 주말에도 러닝센터부근은 아이들로 항상 북적인다.
싱가포르에서 70% 인구비율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화교 출신들은 모국어를 중국어로 한다. 그래서 영어가 이들에게는 학습의 대상이 되므로 한국처럼 영어학원이 즐비하다. 유치원 때부터 영어를 배우기 때문에 아이들은 영어에 익숙하고 집에서도 부모가 영어교육 때문에 영어를 쓴다. 싱가포르 로컬 영어학원의 전반적인 영어 수준이 매우 높고 특히 라이팅 학원은 토플 수준을 요한다.
일부 유명 학원 체인에서는 PSLE에서 고득점을 맞은 아이들의 프로필 사진을 모델처럼 찍어 걸어놓는다. PSLE가 싱가포르에서 얼마나 중요한 시험인지 느껴진다.
PSLE 가장 높은 등급을 받은 학생이 몇 명 인지가 그 학원의 파워를 느낄 수 있는 척도이기도 하다.
내가 추천받은 방법은 온라인 클래스인데 싱가포르 강사들이 싱가포르 로컬학교의 과목을 온라인으로 강의해 준다. 내가 자주 가는 싱가포르 대표서점 'Popular' 코너 란 켠에 입점되어 있어서 파견 나온 직원에게 자주 잡혀 설명을 듣곤 해서 더 친숙하다. 그 판매원의 말로는 한국 어머님들이 많이 가입되어 있다고 한다.
잠깐 혹했다가 제정신을 차린 이유는 일단 강사들의 싱글리쉬가 너무 강하게 들렸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그나마 온라인 클래스가 아이에게 덜 피곤할 듯해서 수업이라도 들어보자 권유하니 아이는 엄마 아빠랑 하는 공부가 더 좋다고 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이마저도 포기했다.
싱가포르의 사교육은 가격도 많이 비싸지만 학습강도가 엄청나다. 숙제도 많고 아이들에게 요구하는 학습량이 많아 잘 받아들이는 아이들은 좋은 결과가 있겠지만 몇몇아이들은 쉽게 지치고 학습흥미가 금방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의 거부로 이곳에서는 사교육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영어독서와 일주일에 엄마 아빠와 하는 영어, 수학 각각 주 2회 공부로 아이가 학교수업을 잘 따라가고 있어서 더는 강요하지 않고 있다.
이 글을 정리하면서 아이가 건강하게 학교생활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를 새삼 느끼게 되었다. 또한 국내, 해외 할 것 없이 사교육을 정할 때는 아이의 의견을 반영하고 충분히 소통한 후 정해야 자신의 학습에 책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편에는 국제학교 적응기-아이와 함께 하는 영어공부가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