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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 장단에 맞춰야 하는가!!(교우관계이야기 2)

초등교사는 아이를 국제학교에 어떻게 적응시킬까?

by 트랄라샘
이제 우리 아이 도움이 필요 없을 것 같네요


우리 아이를 많이 도와주었던 고마운 버디는 누구가 좋아할 만한 붙임성도 좋고 스마트한 친구였다. 하지만 그 아이는 주로 여자아이들과 많이 노는 경향이 있었다. 누나가 있어서 그런지 여자아이들과 스스럼없이 잘 어울리고 여자 친구들의 생일파티에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나는 우리 아이에게 없는 면이어서 장점이라고 생각하고 부러워했다. 특히 상해에서 온 여자 아이와 특히 친하게 지냈는데 그 친구는 보이시한 매력이 있어서 남자아이들과도 잘 어울리는 친구였다.


12월 말-1월 초 2주간의 방학을 맞아 아이들과 플레이데이트 세팅으로 분주했다. 버디의 엄마는 왓챕으로 연락을 해와 우리 아이와 함께 영화를 보거나 싱가포르 관광지에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해서 약속을 잡았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 크리스마스 이벤트에 가서 중국소녀와 셋이 산타할아버지와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왔다. 또 영화 '무파사' 개봉에 맞추어 다 같이 영화감상을 하러 가기도 했다.


아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서 좋았고 나도 일본인이 버디 엄마와 예전 베이징에 거주한 공통점을 발견하고 중국어로도 소통할 수 있게 되어 더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두 번의 플레이 데이트를 다녀오고는 아이 아빠에게 버디의 엄마가 아무래도 버디가 자꾸 여자 아이들이랑만 노는 것이 신경이 쓰여서 노력을 하시는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개학 후 일주일쯤 지났을 때 갑자기 버디 엄마에게 왓챕 메시지가 왔다.


"요즘 당신의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도 많이 사귀고 학교 생활 적응도 잘하는 것 같아 우리 아이가 잘된 것 같다고 하네요."


뭔가 싸한 느낌이 들었지만 이렇게 답했다.


"항상 우리 아이를 도와주고 챙겨 준 당신의 아이 덕분이에요.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당신의 아이는 더 이상 우리 아이 도움이 필요 없을 것 같네요. 이제 우리 아이보다도 다른 아이들이랑 더 잘 지내는 것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들어요. 오늘도 학교에서 아이를 픽업하러 나왔는데 당신의 아이는 이 친구 저 친구와 항상 즐겁게 웃으며 나오는 모습이더라고요. 적응을 잘하는 것 같아요."


갑자기 올 것이 왔구나!!! 내가 생각하던 것이 맞았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이를 대신에 억울함을 조금 호소했다.


"우리 아이도 처음에 영어로 아이들이랑 소통이 안되고 친구들이 자신의 말을 안 들어준다고 많이 속상해했어요. 그 스트레스를 축구로 풀려고 했고요. 버디는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 아이는 쉬는 시간마다 축구하는 형들이랑 혼자 어울리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공격수를 시켜주지 않아 수비수만 계속하다가 겨우 형들의 인정을 받고 이제 어울리기 시작했어요."


"그러셨군요.. 우리 아이가 당신의 아이는 언어적응 금방 해서 지금은 그런 어려움이 없다고 해요."


"네 지금은 덕분에 많이 적응했어요. 아이들마다 이렇게 속상한 점들이 있네요. 모든 아이들이 행복지기를 바라요."


나는 이렇게 인류애적인 발언으로 마무리를 했지만 솔직히 멘붕이 왔다. 다양한 아이들을 가르치고 지도해 온 경험이 있는데 남자아이 엄마에게 이렇게 감정문제가 섞인 디테일한 문제의 메시지를 받을 줄은 몰랐다. 여자아이들 사이에는 더러 이러한 일들이 있다. 단짝으로 지내다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학교생활이 힘들어질 정도로 친구관계를 예민하게 대하는 여자아이들은 있었다. 하지만 남자아이들 사이에서 이러한 일이 문제가 된 적을 없었던 것 같다.


이 일을 주변 한국 엄마들과 나누니 지금은 본국으로 돌아간 일본 아이들이 나보다 더 친한 아이 만들지 말라고 한 번씩 메시지까지 보낸다고 했다. 조금 무서워지기까지 했다. 아이들 사이를 단순히 생각했는데 나라마다 친구를 조금씩 다르게 인식하는 것 같았다. 위의 메시지에 내가 더 수용해 주고 우리 아이를 좀 더 설득하겠다고 말하지 않은 것이 너무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로 버디는 우리 아이가 베스트프렌드로 지내는 아이네 집에 놀러 가기도 하고 본인 집에 우리 아이와 아이 몇 명을 초대해서 놀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 아이가 상처를 받지 않을까 염려도 되었지만 속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내색하지 않았고 괜찮아 보였다. 나도 차라리 함께 어울리면 더 편해지겠다는 생각이 들어 버디 엄마의 노력을 속으로 응원했다.


사실 우리 아이는 베스트프렌드랑도 사건이 있었다. 베스트프렌드와 토요일 오전 축구수업을 함께 듣는데 수업 전 몸풀기로 아이들끼리 잡기놀이를 했다. 친구에게 쫓기던 우리 아이가 풋살장 경계 둔덕에서 넘어졌는데 가슴으로 바닥에 떨어져 충격으로 아이가 괴로워했다. 나는 깜짝 놀라 뛰어가고 친구 엄마는 멀리서 'Oh! my god!"을 외치더니 와보지는 않았다. 나는 너무 놀랐지만 아이에게 티 내지 않고 아이가슴을 마사지해 주며 괜찮을 거라고 돼 내었다. 일단 수업에 참여는 안 하고 아이를 지켜보며 혹시 많이 안 좋으면 병원에 갈 요량을 대기하고 있었다. 새로 온 아이와 지원 나온 남자코치님의 재미있는 수업에 참여하고 싶었는지 어지럽다고 몇 번 하던 아이는 수업에 참여하겠다고 했다. 그래도 걱정이 되는 나는 안 좋으면 바로 나오라고 했다!


그 사이 베스트 프렌드는 축구수업을 즐겁게 받고 친구 엄마는 옆 풋살장에서 축구연습을 하고 있었다. 나는 속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같으면 본인이 잡기놀이에서 잡다가 친구가 그런 일을 당하면 미안하고 안타까워서 하던 일도 손에 안 잡힐 텐데... 아이는 그렇다 쳐도 친구 엄마는 한마디 괜찮냐는 말이 없었다. 원래도 인도 특유의 고집이 있고 크게 친절한 분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인간적인 면모에 너무 실망을 하게 되었다.


4 둥이 엄마로서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그분이 대단하고 존경스러워 아이 베스트프렌드를 많이 챙겨주기도 하고 함께 플레이데이트를 가도 일하는 엄마를 많이 배려해주기도 했었다. 하지만 엄마들의 관계가 아이의 교우관계에 영향을 미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이번 기회에 접촉을 많이 줄이고 아이들의 우정만을 응원하기로 마음먹었었다.


몇몇 다른 문화를 가진 가정과 어울리다 보니 너무 예민하거나 너무 매너가 없거나 우리나라와 정서가 다른 것을 많이 느끼게 되었다. 사실 누구도 정답을 가지고 있지는 않는다. 아이가 잘 맞는 아이를 찾아가면 되는 것이다.

또 다른 아이들은 개인적인 성향이 너무 강해 우리 아이가 배우지 않았으면 할 때도 있었고 어느 때는 독립적인 성향을 가진 또 다른 아이들이 부럽기도 했다.

그야말로 'Melting pot' 이곳에서 다른 문화와 정서를 가진 가정의 아이들과 어울리게 될 때는 어느 정도 각오를 했어야 하는데 내가 너무 안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이 아이들끼리도 어느 정도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고 있다. 버디, 아이의 베스트 프렌드뿐 아니라 아이의 다른 친구들과도 함께 잘 어울리게 되었다. 어른들보다도 더 훌륭한 포용능력에 감탄을 하였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에 감동했다.


서로 친해진 아이들을 위해 아이 생일 때는 반 남자친구들 모두를 초대했고 구글 폼을 보내 원하는 여자아이들도 많이 참석할 수 있도록 메시지를 보냈다. 생일에 다 함께 즐겁게 노는 아이들을 보면서 뿌듯했고 문화차이의 벽을 가볍게 깨고 우정을 만들어 가는 아이들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물론 그 차이를 넘는 과정이 쉽지 않고 가족간의 이해도 필요했지만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 자체가 아이들에게 가치있는 일이 되기를 바란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편에는 국제학교 아이들의 방과 후 생활에 대하여 연재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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