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는 아이를 국제학교에 어떻게 적응시킬까?
국제학교 독서주간 Bookweek
한국도 그렇지만 국제학교도 독서주간을 따로 두고 도서행사를 대대적으로 연다. 국제학교는 아이들이 책에 좀 더 몰입하여 빠져들 수 있는 행사를 많이 하는데 학부모들이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는 행사도 꽤 있다.
이번 주에 열린 독서주간 행사인 Bookweek에서는 어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지 소개하려고 한다.
북위크는 3월 초 일주일간 열린 행사였는데 학교 도서관 사서교사가 주관하는 행사이다. 워낙 독서를 중시하는 학교답게 북위크를 준비하는 자세도 매우 진지했다. 학부모 단톡방에 일주일 전부터 지속적으로 공지를 해주고 담임선생님도 독서에 관한 숙제를 꽤 내주셨다.(원래도 매일 책 읽기 숙제가 30분 이상씩 있음)
프로그램을 다시 살펴보자면 아래와 같다.
Bookweek행사
1. Read-a -thon: 책을 읽은 시간을 기록하고 기록한 만큼 기부를 하는 프로그램(선택사항)
2. Book Swamp: 내가 재밌게 읽은 책을 친구와 1:1 교환해 보는 행사
3. Book-Speed Dating: 내가 좋아하고 잘 아는 책을 가져와 여러 명의 친구에게 짧은 시간 동안 상호 책소개를 하는 시간
4. Comic Strips: 평소 재밌다고 생각했던 에피소드를 코믹북으로 만들어보는 시간
5. Book Dress: 독서행사의 메인행사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속 인물과 똑같이 꾸미고 오는 날
이 행사는 일주일간 아이들이 책을 꾸준히, 많이 읽을 수 있도록 독려하는 행사이다. 하지만 책을 꾸준히 읽은 기록이 기부와 연계되는 행사라 학교 내부에서도 이 행사에 대해서 찬반이 좀 있는 듯했다. 독서행사를 기부와 연계시키는 것이 교육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
아이의 담임선생님께서도 이 행사를 안내할 때 아이들에게 원하지 않는 친구들은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고 안내하셨다. 이 표를 열심히 완성한 친구들에게 소정의 상품을 전달하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행사를 위해 아이는 어떤 책을 가지고 갈지 며칠을 고민했다. 같은 반의 다른 친구들이 자신의 책을 재미없다고 생각하거나 수준이 안 맞다고 생각할 수 있어 어떤 레벨을 가지고 가야 하는지를 고민했다. 아이는 결국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즐겨 읽는 책을 가지고 갔다. 나도 그 편이 행사 취지에도 맞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이는 최애책 Diary of Wimpy kid를 가지고 갔다. 학교 중앙 홀에서 자신이 가지고 온 책을 아래처럼 쭉 늘어놓고 흥미 있는 책들을 살펴보는 진지한 아이들의 모습이다.
반전은 영어가 원어민 수준인 아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책만큼은 어릴 때 추억에 머물러 있는 듯했다. Dogman 같은 그래픽 노블을 가져온 아이들도 있고 귀여운 디즈니 캐릭터 책들을 가져온 친구도 있었다. 어릴 때 추억에 머무른 친구가 우리 집에 있었다. 우리 아이는 한국에서부터 즐겨 읽던 Dogman으로 바꿔왔다. 나는 다짐했다. Dogman캐릭터로 Book dress를 준비하겠다고!!!
드디어 Book week의 메인행사인 Book dress 전날이 밝았다. 아이 학교 International day를 함께 준비했던 한국 어머님 모임 자칭 'dream team'과 함께 아이 코스튬을 준비하기로 했다. 우리 드림팀의 가장 연장자 어머님께서 감사하게도 집으로 초대해 주시고 맛있는 점심도 준비해 주셨다.
오늘의 메뉴는 미트파이였는데 방금 오븐에서 나온 따끈따끈한 미트파이의 가장 위 매쉬드 포테이토와 치즈 부분은 입에서 살살 녹는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브로콜리와 토마토도 특제양념으로 맛나게 구워주셔서 훌륭한 가니쉬가 되었다. 이렇게 융숭한 대접을 받고 우리는 멋진 코스튬을 제작해야 하는데 자꾸 주제와 관련 없는 말들로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해외살이를 하며 아이를 키우는 녹록지 않은 경험담을 나누다 보니 공감대 형성도 되고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다른 어머님이 사 오신 버블티와 조각케이크로 당충전을 좀 더 한 후 우리는 각자 준비한 준비물을 꺼내고 호스트는 집의 문구류와 필요한 물품들을 제공해 주셨다. 항상 베풀어주시는 따뜻한 마음에 감동을 받게 된다. 아이가 Book swamp 활동에서 Dogman을 가져와 book dress는 Dogman이 좋을 것 같다고 아이와 결론 낸 후 드림팀 한 어머님께 운이 좋게도 Dogman가면을 빌릴 수가 있었다. 작년에 G3였던 아이에게 정성스럽게 만들어준 가면은 퀄리티가 너무도 훌륭했다.
다른 어머님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웡카'를 만드셨다. Book dress가 두번째인 이 분은 온라인숍에서 주문할 것들은 미리 하고 살 수 없는 것만 손수 만드시는 아주 내공이 있으신 분이다. 웡카의 리본을 만드시려고 리본은 다이소에서 공수하고 폼폼이만 준비해서 글루건으로 예쁜 리본을 만들었다. 그랬더니 너무너무 예쁜 보타이가 되었다.
나는 드림팀 한 분이 빌려주시는 가면 덕분에 너무도 편한 마음으로 가슴에 있는 노란 튤립모양을 티에 바느질하는 간단한 작업만 했다. 전날 부직포종이를 문구점에서 공수한 후 반짇고리를 가져와 작업을 했는데 이마저도 노란 실이 모자라서 아슬아슬하게 작업하였다. 다행히 집에 가보니 전체착장과 어울리는 바지가 있었고 하교한 아이도 단번에 오케이를 해주었다. (사실 본인이 만들어야 하는데....)
호스트님은 우리와 함께 있을 때는 음식준비에 정신이 없으셔서 우리가 가고 난 밤에 혼자 리틀미스 시리즈와 마인크래프트 작품을 만드셨다. 역시 예술가는 혼자 작업이 잘 되시는 듯하다!!! 피곤하신데도 아이들을 위해 늦게까지 만드시는 모습이 너무 훌륭하다!!
아이가 4명이신 4 둥이 맘이신 이 분은 뭐든지 사랑이 넘치시고 온화하셔서 항상 아이 4명은 아무에게나 주지 않는구나 느끼게 하는 분이다.
역시나 마인크래프트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리더스북 시리즈로도 나오지만 마인크래프트 챕터북도 나와서 많은 아이들의 최애 캐릭터로 선정되는 듯하다. 참고로 저 두 사진은 다른 아이들의 착장이다!!
왼쪽은 색종이로 바둑판모양을 직접 오리고 붙인 가면이고 오른쪽은 프린터로 출력해서 상자에 붙인 작품!! 둘 다 부모님의 정성이 듬뿍 느껴진다.
아까 4 둥이 어머님이 만드신 리틀미스 시리즈는 셋째 아가씨의 코스튬이었다. 우리 아이도 어렸을 때 좋아했던 리틀미스, 미스터 시리즈! 추억이 돋는다.
그리고 오른쪽은 내가 가장 좋아한 캐릭터 웡카이다!! 같이 작업한 어머님이 한 땀 한 땀 글루건으로 붙인 리본이 멋지게 빛을 발하고 있다. 포즈를 취하는 아이의 프로다운 솜씨 때문에 옷이 더 빛나는 것 같다!!
우리 아들의 Dogman착장과 함께 한 친구들!! 아침 셔틀버스 타는 곳에서 만난 아이들은 집에 있는 온갖 재료들로 캐릭터를 재현해 내었는데 특히 웡카의 지팡이를 마대자루로 표현한 것에 무릎을 탁 쳤다!
오른쪽 아이는 마인크래프트인지 테러범인지 구분이 안 갔는데 알고 보니 자신이 만든 캐릭터를 위해 소설까지 직접 써서 가져왔다. 정말 아이들의 정성에 감탄했다!!!
예쁜 아가씨들도 동네에서 만나 찰칵했는데 각각 해리포터! Wolf girl 등을 표현했다. 인종차별적인 발언은 아니지만 서양캐릭터는 웨스턴 아이들이 꾸미니 더 실감 나고 찰떡이었다.
비록 참여를 안하는 아이들도 있고 생각보다 열광적인 행사는 아니었지만(생각보다 아이들이 부끄러워함) 아이들이 며칠동안 이 행사를 위해 고민하고 즐기는 모습에서 이 행사의 파워를 느낄 수 있었다. 학교 단체 사진에서 교사와 교직원들이 더 열심히 준비한 모습을 보고 다들 독서행사에 진심임을 느꼈고 학교 전체가 자신이 좋아하는 책 속 캐릭터에 빠져있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책을 좋아하고 즐기는 아이들로 계속 자라기를 빌며~~ 이런 행사가 지속되기를 바란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