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는 아이를 어떻게 국제학교에 적응시킬까?
학교에서는 신나게! 재미있게!!
아이를 국제학교에 적응시킨 지 6개월이 넘어가는데 나름 만족하는 면도 있고 아쉬운 면도 있다. 모든 부분이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가급적이면 아이가 성장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긍정적인 부분을 보려고 애쓰고 있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학생수가 다른 학교에 비해 많지가 않아 가족 같은 분위기와 디테일하게 아이들을 케어한다는 장점이 있다. 또 하나는 재미있는 이벤트를 많이 기획해서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좀 더 편안하게 해 나가고 유머를 잃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가 느껴진다. 이 부분이 가장 좋았던 점 중 하나이다. 아이들이 학업에 몰두할 수 있도록 면학분위기를 잘 조성하는 한 편 아이들이 학교를 좋아하고 즐길 수 있도록 또 다른 분위기를 만들려는 노력이 학부모로서는 감사하게 느껴졌다.
오늘은 학교에서 했던 다양한 스페셜 이벤트 중 아이가 재밌어했던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학교에서는 이러한 행사를 기획한 후에는 다양한 채널로 학부모에게 홍보를 한다. 매주 발행하는 New letter에도 다가오는 행사를 정리해서 보내주고 학부모 단톡방에도 반장어머님이 중요한 행사는 전날 밤 다시 한번 공지해 줘서 놓치지 않고 항상 챙겨 보낼 수가 있다. 크레이지 헤어데이는 담임선생님까지 이메일로 안내하셔서 준비에 부담을 느끼기도 했고 반장어머님이 여러 번 강조하기도 해서 아이와 며칠 전부터 어떤 콘셉트로 갈 것인지 상의했었다.
우리는 아이가 좋아하는 마인크래프트의 크리퍼 이미지를 모자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마침 집에 한국에서 공수한 비비고 김박스가 있었는데 아이 머리에 얼추 맞는 듯했다. 아이아빠가 박스를 아이 머리에 맞게 세심하게 자르고 내가 인터넷에서 크리퍼를 출력한 후 상자에 붙여 완성했다. 앞머리 길이에 집착하는 준 사춘기 아들은 웬일인지 이건 부끄럼 없이 쓰고 가겠다고 해서 속으로 웃었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 어머님들이 아침에 인증샷을 공유해 주셨다. 여자 아이들 어머님들의 노고에 정말 박수를 보낸다. 스타일에 민감한 여자아이들의 기호를 고려하여 아침마다 애를 쓰는 것도 존경스러운데 저렇게 창의적인 스타일을 창조해 내다니 놀랐다!!! 남자아이들은 무언가를 만들기보다는 스프레이를 이용해서 재미있는 머리스타일을 만들어서 왔다. 아이랑 친한 친구는 가발을 쓰고 오기도 했다.
아이들끼리 웃고 재밌어하니 그걸로 우리는 만족했다. 그래 늬들이 행복하면 됐다~~~~
이번에는 학교에 잠옷을 입고 가는 날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주에 행사가 워낙 많고 아이도 감기에 걸려 내가 정신이 너무 없었다. 그래서 유일하게 아이 행사를 챙기지 못한 날은 이날이었다. 아이에게 미안함에 하교 후 어땠냐고 물어보니 아이가 자기는 파자마데이를 알았더라도 잠옷은 안 입고 갔을 거라고 얘기했다. 고마워야 하는 건지 걱정해야 하는 건지 아리송했지만 아이가 학교 가서 괜찮았다니 안심이 되었다.
아이의 수업시간에 파자마를 입은 아이들이 보였는데 그 사이 군계일학으로 체육복을 입은 아들이 보였다. 저렇게 옷을 입고 '16세 이하 투표를 허용해야 하는가'의 주제를 논의했다는데 왜 또 웃음이 그리 나던지... 아이 앞에서 비웃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사진을 보고 혼자 실실 웃어댔다. 저렇게 귀엽게 옷을 입고 표정만큼은 진지한 아이들이 사랑스럽고 예뻤다.
저 날 토론을 나누고 아이가 집에서 투표와 선거에 대하여 더 찾아보고 나와 이야기도 더 나누었다. 아이는 반대입장을 밝혔는데 아직 사춘기라서 안된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사춘기를 영어로 뭐라고 하는지 잊어버렸다고 했다. 그 대신 'not enough matual'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해서 무한 칭찬을 해주었다!!
Odd Socks Day는 양말을 이상하게 신고 와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이벤트인데 학교폭력 또는 왕따를 예방하는 행사이다. 한국은 관련 영상을 보여주고 아이들에게 주의환기를 시키는 등 교육자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반면, 이곳은 이러한 주제도 유머 있게 풀어서 놀랐다.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하고 진지하게 친구를 어떻게 배려하고 왕따를 어떻게 예방하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다. 이런 재밌는 행사로 친구들과 한 번 더 이야기 나누고 한 번 더 웃게 되면 그걸로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벤트를 기념하는 작품을 만들어 게시하기도 하고 선생님도 동참하는 오드삭스데이를 기념해서 사진을 찍어 보내주시기도 했다. 원래 아이 학교는 양말색깔, 신발색깔까지 정해주는 학교라 이러한 칼라풀한 색깔을 신을 수가 없는데 아이들도 이 행사를 즐겼던 것 같다.
대부분 아이들이 재미있는 양말을 신고오기도 했고 짝짝이 양말을 신은 아이들이 많았다. 어떤 아이들은 한쪽만 양말을 신고오기도 했다. 여자아이들 양말을 신은 남자아이들이 혼자 실실 웃고 있기도 하고 줄무늬에 형광양말을 신은 여자아이들이 친구들과 깔깔대는 등굣길을 보니 이런 재미있는 행사가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느껴졌다.
이 날은 여러 이벤트를 준비하면서 개인적인 의문점이 가장 많았던 행사였다. 하우스티를 받지도 못한 상태에서 하우스 칼라에 중점을 두어 옷을 미스매치해서 입고 오라니 너무 어려운 미션이었다!!!
그런 와중에 학교 이메일은 계속 날아오고 단톡방에 반장 어머님은 계속 리마인더를 해주시고!! 주변 어머님들께 문의를 해보니 그냥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옷을 이상하게 입혀 보내면 된다고 하셨다.
색깔만 이상하게 매치하는 것이 아니라 체육복 바지에 교복상의, 구두에 체육복, 짝짝이 신발 등 아예 옷의 착장을 이상하게 미스매치를 하라는 이야기였다.
쑥스러움을 잘 타는 우리 아들은 또 너무 오버스러운 연출은 원하지 않았다. 그냥 위아래가 안 어울리는 색깔의 옷 착장이면 충분할 것 같다고 해서 그렇게 무난하게 가기로 했다.
다른 아이들은 과감히도 양쪽 짝짝이 머리! 짝짝이 신발과 양말! 체육복에 정장바지!
나름 자신의 아이디어로 재미있는 착장을 연출했다. 이런 행사에서 신나게 아이디어를 내고 즐기는 모습을 보니 흐뭇했고 이런 작은 기획 하나하나가 모여 아이가 학교를 좋아하게 되는 것 같다!!!
국제학교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섞여 문화차이에서 오는 어려움도 있지만 싱가포르 자체가 다문화국가라 이를 잘 수용하고 해결하는 듯하다. 다문화사회에서 필수적인 존중과 배려를 아이들도 부모와 사회를 통해 배우고 실천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자칫 다양한 문화의 충돌로 경직될 수 있는 분위기를 이러한 재미있고 유머스러운 행사들로 유연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도 배울 만한 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