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는 아이를 국제학교에 어떻게 적응시킬까?
나는 모르고 왔지만 다른 분들은 미리 준비했으면 좋겠어요!!
싱가포르에 입성한 지 이제 8개월이 지나고 있다. 아이의 학교 생활도 생활전반에서도 거의 적응을 했다고 느껴진다. 물론 아이의 영어는 완벽하게 적응하려면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학교 영어수업을 따라가는 것도 크게 힘들어하지 않고 제법 굵직한 챕터북도 앉은자리에서 한 권을 읽어내는 등 장족의 발전을 하고 있다. 아이의 적응을 위해 우리 부부가 물심양면으로 도운 것은 맞지만 아이의 적응력과 내공이 없었다면 국제학교를 웃으며 다니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쯤 되어 돌이켜 생각해 보면 우리가 힘들었던 점들을 싱가포르 국제학교 입학 준비하는 분들이 한국에서부터 미리 준비하신다면 시행착오 없이 잘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연재글들도 그런 목적으로 연재를 시작했지만 20화로 '초등교사는 아이를 국제학교에 어떻게 적응시킬까?' 시즌 1을 마무리하면서 마지막 화에서는 다시 한번 싱가포르 적응 꿀팁들을 정리해보고 싶었다.
일전에 싱가포르 입성기를 연재할 때도 언급했던 말이지만 싱가포르는 사실 영어공부하기에 그렇게 매력적인 곳은 아니다. 물론 국제학교에 다니면 원어민교사들이 북미영어 발음을 하는 분들이 많지만 싱가포르 로컬학교나 심지어 영어학원들도 싱글리쉬를 기본으로 사용한다. (처음에는 말이 너무 안 들려서 생활하기에 불편한 점이 많았었지만 이제는 그 발음에도 적응이 된 것 같다.)
이렇게 학교를 제외한 곳에서는 싱글리쉬와 친해지게 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처음에 로컬학교를 추천해 준 친인척을 불신하는 마음까지 들게 되었다. 하지만 싱가포르 공교육 영어 수준은 매우 높은 편이다. 특히 문법과 라이팅은 PSLE를 준비하는 아이들이라면 필수적으로 잘해야 하는 부분이고 어휘력 또는 수준이 높다. 문제는 싱가포르의 사교육은 한국보다 훨씬 비싸다는 것이다.
국제학교에 처음 들어가서 레벨테스트를 본 후에 ESL수업을 받게 될지의 여부를 알려준다. 우리 아이는 ESL 수업이 필요하다고 연락받았지만 나는 아이 수준을 알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아이는 원어민과의 기본 소통은 되었지만 리더스북을 읽는 수준이었고 문법과도 그다지 친한 상태가 아니었다. 오히려 싱가포르 오기 전 준비한다고 다닌 학원에서 문법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모든 문장에 Be동사를 붙이는 기염을 토해서 국제학교에 적응할 때 친구들과의 소통까지도 영향을 미쳤다.... (물론 지금은 그 버릇을 싹 고쳤다.)
아이는 국제학교에 와서 ESL수업을 받게 되었지만 그 수업이 아이의 영어를 완벽하게 준비해 줄 수는 없다. ESL교사를 어떤 분을 만나느냐도 중요하고 아이가 얼마나 수업에 흥미 있어하느냐도 중요하다. 가정에서 따로 싱가포르 영어문제집을 사서 아이의 독해와 어휘를 챙겨주었었고 기본적으로 하루에 1시간 이상 하교 후 영어독서를 했었다. 나는 영어독서로 인해 아이의 영어실력이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믿고 있다. 물론 모르는 어휘는 그냥 지나치기도 하고 내용이 어려울 때는 전체적인 내용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아이가 고르는 책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스피킹도 좋아졌고 학교 영어수업도 더 잘 따라갈 수 있었다.
위의 언급된 부분들이 한국에서 미리 준비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왜냐면 처음 적응할 때는 아이가 영어이슈도 있지만 환경의 변화로 인한 어려움도 있고 친구들과의 소통문제도 있다. 국제학교 적응을 어려워하고 실패하는 아이들의 원인은 언어, 환경변화, 교우관계 등이 한꺼번에 오는 데서 비롯된다. 학교에서도 소통만 수월해도 아이의 학교적응은 매우 빠를 수 있다. 영어독서도 국제학교 적응하면서 꾸준히 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방과 후 수업까지 4-5시까지 이어지는 수업에 하교 후에는 많이 피곤해한다. 어떤 아이들은 방과 후 또 학원에 가는 아이들도 있지만 처음에는 체력적으로 힘들 수 있다. 영어독서는 점차적으로 늘려가는 게 좋다. 처음부터 하교 후 녹초가 된 아이를 독서까지 하라고 압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제학교는 생각보다 행사가 많다. 한국의 장기자랑인 탈랜트쇼부터 다양한 학교 동아리, 밴드 활동 등 자신의 장기를 뽐내야 하는 기회가 많다. 바쁜 와중에 아이에게 예체능 학원까지 보내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한 거듭강조하지만 싱가포르의 사교육은 한국보다 훨씬 비싸기 때문에 비싼 레슨비로 자주 수업을 시키기도 부담이 된다. 한국에서 배우고 있는 악기나 예체능 분야가 있다면 적극 살려서 국제학교에 다닐 때도 꾸준히 하면 아이의 자신감 형성에도 도움이 많이 된다.
우리 아이는 바이올린과 태권도 도복을 가져왔다. 아이나 다를까 아이는 학교적응에 피곤해서 바이올린 수업이나 태권도장에 가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다 1학기 말 탈렌트쇼가 가까워 오면서 태권도공연을 하기를 권해보았으나 몇 달 동안 쉬면서 태권도 동작이 자신이 없어져하기 싫다고 대답했다. 아이도 일요일에 집과 가까운 도장에 가보지 않은 것을 후회했고 이제는 발차기도 잘 안된다고 하소연했다.
태권도복은 탈렌트쇼가 아닌 인터내셔널 데이에 입게 되었는데 그때도 각국의 전통옷을 입고 간단한 퍼포먼스를 하라고 권유받았지만 숫기 없는 아들은 안 하고 싶어 했다. 나중에 아이의 태권도복을 보며 가라데 아니냐고 아이의 신경을 자극하는 짓궂은 아이들도 있었다 해서 안 하길 잘했다고 생각됐다.
요즘은 여러모로 학교생활이 즐거운 아이에게 바이올린 수업을 다시 해볼 생각이 없냐고 물어보니 일요일에 가는 거면 한 번 생각해 보겠다는 반가운 답변을 들었다. 공부도 공부지만 예체능활동 및 취미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국제학교의 정서를 아이도 느낀 것 같다. 아이의 바이올린에 대한 열정을 지펴보려고 오케스트라 공연도 데려가고 유튜브로 바이올린을 멋지게 연주하는 아이들 모습도 보여주고 했었는데 이 역시 도움이 된 듯하다.
이 부분은 내가 너무도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기도 한데 아이가 적응 초기 학교생활을 해낼 때 자존감이 높은 아이들은 적응도 잘 해낸다. 싱가포르는 공용어가 영어와 중국어이지만 매우 다양한 인종이 함께 살아가는 나라이다. 아이 반만 하더라도 일본, 브라질, 프랑스, 인도, 한국, 이스라엘, 중국 등 다양한 나라 친구들이 함께 공부한다. 아직 아이들이 어리고 순수한 면도 있어서 다른 학년보다는 괜찮은 편이지만 아이들끼리 서로의 문화차이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린다.
적응초기에는 언어문제가 있다면 적응중기에는 문화차이가 있다고 느껴졌다. 아이가 친구들과 친해질 무렵 언어소통이 잘 되니 이제 다툼이 생기기 시작했고 순딩한 아이들이 많았던 한국 학교와 다르게 싱가포르 같은 반에는 꽤나 매너도 없고 거짓말도 잘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우리 아이는 그 친구들의 행태를 너무 싫어했고 스트레스를 받기까지 했다. 어느 날은 배가 아프다고까지 해서 배에 찜질을 해주고 재웠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음날부터 아이 자존감 교육을 시작했다.
아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또 그런 소중한 사람들은 어떤 상황이 되어도 다이아몬드가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변함없이 굳건할 거라고!!
문제가 되는 아이들의 나라 문화를 설명하고 왜 그렇게 남을 배려하는데 인색한지 그 배경을 설명!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와 문제를 겪을 때 충분히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음을 격려하고 엄마 아빠가 뒤에서 항상 응원한다고!
혹시라도 네 힘으로 곤란하거나 힘에 부치면 엄마 아빠에게 언제든지 도움을 요청하라고! 엄마 아빠는 너를 위해 언제나 준비가 되어 있다고!!
아이와 위의 대화를 나누니 아이는 마음이 편안해졌고 실제로 자기를 도와주는 친구들이 있음을 느낀 후에는 더 당당한 태도로 자신의 불이익을 피력했다고 한다. 스스로 해결한 아이를 칭찬했고 아이도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문제를 더더욱 스스로 해결하고자 노력했다.
사실 국제학교에 아이를 적응시킬 때는 엄마 아빠도 적응이 필요하다. 생각보다 국제학교는 학부모 행사가 많이 있다. 학예회뿐 아니라 아이들의 IPC(특별활동) 발표회, 학부모 상담, 인터내셔널 데이, 다양한 학부모 행사 등 참여해야 하는 행사가 많이 있다. 처음에는 아이처럼 언어에 자유롭지 못해 어려움을 겪지만 곧 적응하고 나면 문화적인 어려움을 겪게 된다.
나 같은 경우에도 아이가 플레이데이트를 시작하면서 다양한 학부모들과 연락을 하고 모임을 가지게 되었다. 그중 아이가 유독 좋아하는 베스트 프렌드가 있었는데 그 친구와 주말 축구수업, 주말 플레이데이트 등 을 하면서 친구 엄마와도 자주 만나게 되었다. 처음에는 예의를 지키고 시종일관 이미지관리를 하지만 서로 편해지고 자주 만나게 되면서 대인관계에서 오는 문화차이를 확연히 느끼게 된다. 처음에는 '이게 뭐지?'내가 너무 예민한 건가... 하다가도 반복되는 상황에 내가 예민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되고 거리를 두게 된다. 하지만 이 역시 조심스러운 것이 아이의 교우관계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내 기분대로 했다가 아이에게 영향이 가면 안 되므로 여러 번 고민하고 생각해서 판단한다.
국제학교는 워낙 다양한 인종의 아이들이 모이므로 다양한 학부모들을 만나게 된다. 그 학부모들과 협력관계를 맺으며 아이들을 위해 하는 봉사에 참여하는 것은 좋으나 플레이데이트로 너무 가까이 지내다 보면 다양한 문화차이로 서로 감정이 상하는 일이 생기게 된다. 이럴 경우 역시 그 나라의 에티켓이나 마인드를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고 내가 신뢰관계에 있지 않은 학부모와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면서 점차 친해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연재글을 마지막으로 '초등교사는 아이를 국제학교에 어떻게 적응시킬까?'는 시즌1을 마무리 하고 더 많은 에피소드와 함께 시즌2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