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보내는 연휴와 방학
싱가포르에 와서 아이와 방학을 보내는 것이 꽤나 당황스러웠다. 학비는 비싼데 방학은 왜 이리 긴지... 특히 여름방학!!!
아이의 학교는 새 학기가 8월에 시작한다. 여름방학은 6월 20일부터 8월 13일까지였다. 거의 두 달이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8월 중순쯤 개학을 하면 10월 초쯤 중간방학이 열흘 가까이 있다. 이 때는 그나마 여행 비수기라서 항공료는 저렴했지만 미리 티켓팅을 하고 숙소 예약을 해야 하는 등 부지런을 떨어야 했다.
그리고는 12월 20일쯤 1월 중순까지 겨울방학이다. 그래도 겨울방학은 한국에 비하면 많이 짧은 편이다. 하지만 2월에 설날 연휴가 일주일 가까이 되고 3월에도 아이 학교 휴일이 꽤 된다. 그리고 4월인데 4월 초에 중간방학이 또 시작된다.
두 번의 학기 말 방학과 두 번의 중간방학! 사실 싱가포르는 워킹맘이 많다. 싱가포르에서는 방학이나 연휴에 아이들이 집에만 있을 수 없으니 아이들은 방학 때 캠프를 가거나 학원을 많이 다닌다. 우리 가족도 아이를 캠프에 보내볼까 했지만 힘들었던 학기 중 고단함을 좀 풀어주고 영어책을 푸욱~ 읽히고 싶었다. 그리고 가족여행을 하고 싶었다.
사실 아이는 싱가포르에 오면서 이른 사춘기가 찾아왔다. 아무래도 갑자기 바뀐 환경으로 아이 스트레스가 겹치며 사춘기가 빨리 찾아온 것 같다. 반갑지 않은 손님이었지만 아이가 같은 반에 갑자기 외국 아이들만 있고 영어로만 소통해야 하며 어려운 공부도 영어로만 배우는 원하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고 생각하니 측은하게 생각이 되었다.
학교에 다니며 신경성 복통도 생겼었고 그것 때문에 내가 꽤나 속앓이를 했었다. 집에서 아이와 많은 대화를 나눴고 아이의 장점을 부각해서 아이의 자존감을 스스로 높일 수 있도록 주력했다. 아이는 친한 친구도 서서히 사귀게 되고 영어로만 하는 수업에 어느 정도 적응해 가며 놀라운 발전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아이의 고단함이 얼마나 클까 염려가 되어 주말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자전거를 타러 East Coast까지 자주 나갔고 친구들과 플레이데이트를 잡아 가까운 근교에 놀러 나가기도 했다.
방학만큼은 아이가 운동이나 여행으로 몸과 마음을 다지도록 하고 싶었다. 비행기 타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 아이였지만 막상 여행지에 가면 누구보다 신나게 해양스포츠를 즐기고 있었고 실내 스카이다이빙이나 암벽등반 등 한국에서는 하기 힘든 체험에 도전하면서 담력도 기를 수 있었다.
연휴나 방학을 지내며 아이의 눈빛이 좀 더 깊어지고 행동에 자신감이 붙는 것이 느껴졌다. 말로는 전달할 수 없는 다양한 메시지가 여행과 운동을 통해 전해지는 모양이었다. 처음에는 겁내하고 하기 싫어하던 것도 스스로 벽을 깨고 용기를 내며 성장하는 자신이 자랑스러운 모양이었고 그러한 경험이 반복되며 아이는 자신의 한계를 자꾸 넘어서려고 했다.
초등교사 아이 국제학교 보내기 1에서는 국제학교를 적응시키는 과정을 연재했다면 초등교사 아이 국제학교 보내기 2에서는 학기 중에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와 연휴와 방학을 어떻게 보냈는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학기 중에 아이가 열심히 학교에 적응할 수 있도록 공부와 체력을 함께 서포트했다면 방학에는 아이의 세상 보는 견문을 넓히고 다양한 스포츠로 자신의 한계를 넘어볼 수 있도록 여행을 많이 하려고 노력했다.
앞으로 연재할 초등교사 아이 국제학교 보내기 2에서는 주로 방학과 연휴에 아이와 보낸 일상과 싱가포르 내에 아이와 함께 가볼 만한 장소를 정리해 보았다. 더불어 싱가포르 근교의 국가들 중 아이와 함께 여행하기 좋은 장소를 소개해보려고 한다.